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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하드씽(원제는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은 스타트업(Start-Up:설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에 대해, 더 자세히는 온간 고난을 겪으며 스타트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산전수전 겪어가며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 CEO에 대해 다룬 책이다. 그렇다. 우리가 우러러보고 부러워하는 그 사람, 기업의 CEO, 즉 최고경영자 말이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보면 이 책을, 몇 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당연하다는 듯 그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거대한 성공을 이뤄낸 한 CEO의 화려한 기업경영기로 이해할 수도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저자인 벤 호로위츠가 CEO로써 여러 고난을 겪고, 그것을 이겨내고, 성공의 열매를 수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한 문장을 완성시키기까지의 과정은 고통 그 자체였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결국 성공했기 망정이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벼랑 끝에 내몰렸고, 한 발만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인 상황에서 6년을 버텼다. 언제 망했어도 이상할 게 없는 기업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웠다. 그래서, 이 책은 CEO를 위한 흔한 경영지침서도 아니고, 예비 CEO를 단련시키기 위한 제왕학 책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초보 CEO가 수단 방법 안가리고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펼친 악전고투에 대한 선혈 낭자한 기록이며, CEO로서 겪은 고난, 좌절, 패배, 공포, 성취, 기쁨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CEO. 최고경영자. 멋진 말이다. 단어 자체에서 울리는 우아함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생활과 멋진 근무 환경,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CEO와 별로 상관이 없다. 되려 CEO는 늘 커다란 짐을 어깨 위에 힘겹게 지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CEO는 늘 고민하고, 선택하고, 후회하고, 재차 고민하고 선택한 뒤, 다시 후회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 가면서 흔하고, 쉽고, 잘못된 것과 외롭고, 어렵고, 올바른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조우한다. 이런 결정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선택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이 1,000배는 크기 때문이다."  CEO 한 사람의 선택에 따라 회사는 비상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추락하기도 하며, 업계에서 큰 부러움을 받거나 상상 못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CEO의 오판으로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고, 애써 모아놓은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길거리로 내 몰릴 수도 있다. 가족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칭찬도, 비난도 온전히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자리가 CEO다. 메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을 이런 식으로 경영하면, 직원들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 투자자를 이런 식으로 설득하면, 경쟁업체를 이런 식으로 이겨내면 순조롭게, 적어도 망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느긋하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는 '이런 식으로' 메뉴얼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사 경영은 늘 케바케다(case by case). 어떤 지침도, 어떤 경영 이론서도 내가 경영하는 기업에 딱 들어맞는 내용은 없다. 늘 뭔가 부족하고 어긋나 있으며 뜬 구름 잡는 말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벤 호로위츠는 스타트업을 시작해 제대로 업계에 뿌리내리기 까지는 퇴로도 없고,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는 경쟁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생과 사의 경계 위로 아슬아슬한 작두를 탄다. 자신의 판단이 맡길, 자신이 믿고 걸어가는 이 길이 끊겼거나 벼랑이 아닌 제대로 난 길이길, 자신만 의지하며 따라가는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길 바라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하드씽은 그 조마조마한 매일의 마음에 대한 얘기다. 화려한 성공담도 멋진 재기담도 아니다. 한 사람의 초보 CEO로써 스타트업을 성공하기 위해, 아니 성공을 떠나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며 살아남기 위해서 헤쳐나가야 할 수 많은 고난이 무엇인지,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도대체 있기나 한 것인지) 그가 겪은 온갖 실제 사례들을 옮겨놓은 책이다.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굳이 이 고생을 하며 기업을 경영해야 하나 싶은 큰 회의가 들 것이다. 흔히 말하듯 '월급쟁이가 최고야' 다짐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CEO가 겪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고난이 정교하게 세팅된 롤플레잉 게임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 후 나도 CEO가 되고 싶다고 강렬히 느끼게 된다면 그건 온전히 저자인 벤 호로위츠의 능력이다. 기업경영을 위한 모든 요소들이 붕괴되어 파산 외엔 해결 방도가 없어 보이는 절망의 동굴 속에서 끊어질 듯 말 듯한 아슬한 생존의 지푸라기 하나를 부여잡고 기어이 그곳을 기어나오는 그를 바라보는 쾌감이 아주 크다. 어쩌면 그 맛에 CEO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한다. "CEO가 겪는 첫 번째 문제는 CEO가 되어서야 CEO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회사는 당신을 준비시켜 주지 못한다.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다. 이는 곧 당신에게 없는 기술을 필요로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광범위한 일들과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은 당신이 이런 일을 할 줄 안다고 기대한다. CEO니까. 설령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일은 잘못될 수 있다. 역동적이고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면적인 인간 조직을 건설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은 비단 CEO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가게를 경여하는 이라도, 비영리단체의 대표라도, 노동조합의 장이라도, 학교의 선생님이라도, 그가 선두에서 나머지를 이끄는 리더라면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 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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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5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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