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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평점 :
당신의 잘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잘됨이 나와 우리의 잘됨이 될 것이다.
인문학적 사유라는 건 대개 타인에게 간편하고 가혹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 P24
내가 개인으로서 소중하게 여기는 어떤 일도 어느 한 집단에서 평가의 대상이 되고 나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기적인, 무가치한 일에 자신을 소진하는 구성원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 P26
어떤 구조적인 폭력보다도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에서 오는 절망이 개인에게는 더욱 아픈 법이다. - P33
그렇게 쪼그라든 사람은 쉽게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무거운 공기의 중층을 부유할 뿐이다. 자기 계발, 취미, 운동, 사교, 연애, 이러한 일상의 단어들을 수행할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다. 내가 그런 걸 해도 되는 사람일까 하고 두려워하는,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사람이 되어 간다. - P33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그건 당연히 해야 할 한 개인으로서의 소명인지도 모른다. - P43
언젠가 반드시 나와 닮았을 그에게 연락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의 내가 어떠한 처지로 살아가고 있든 나의 며칠을 그를 위해서 써야지. 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디에서든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누군가가 이미 나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언제쯤 만나게 될까. 우리는 그런 연결하고 연결되어야 할 존재들의 총합으로 오늘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P45
자신이 속한 공간을 유일한 세계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일은 위험하다. 그러면 거기에서의 고난은 미화되고 작은 성취는 큰 영광으로 남는다. - P63
나를 닮은 사람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도, 그의 책임자도,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노동하는 나와 닮은 한 개인일 뿐이다. 분노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감싼 구조를 향해야 한다. 그러한 분노를 잘 간직해 두었다가 나와 닮은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면,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함께 말하면, 우리 주변의 잘못된 제도와 문화를 조금씩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닮은 개인에게 분노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 P81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때 우리는 쉽게 오만해진다. 한 개인의 격이라는 것은 이처럼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드러나는 법이다. - P95
우리가 도운 가장 연약했던 시절의 한 개인이 결국 우리의 연약한 세계를 구원해 낸다.
자선을 베푸는 일은 한 존재에게서 자신과의 닮음을 발견하는 데서 나온다. ‘저 아이가 불쌍해.‘라는 마음 역시 ‘내가 저기에서 태어났다면 어떨까, 나의 아이가 저기에 있다면 어떨까.‘하는 마음을 갖는 데서부터 나온다. - P112
이것은 비용의 차이가 아니라 아마도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타인의 결을 인정하고 구조적으로 수용할 만한 그 여유가 부러웠다. - P119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 닮게 태어나기 때문인지 살아가면 닮게 되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눈치를 보고 그 앞에서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 P128
나의 아버지는 택시나 버스를 보면 무조건 양보하라고 했다. 운전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과 경쟁하면 안 된다고, 사람의 밥벌이라는 것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을 배려해야 하고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을 존중해야 했다. 그래야 나도 내가 밥 먹고 사는 자리에서 배려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 P128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누구나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오히려 더욱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대개 이럴 때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좋을 때는 다정하게 나쁠 때는 무례하게 타인을 대하는 사람들은 모든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나의 감정과 상관없이 타인에게 작은 평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 P148
괴물에게 맞서기 위해 괴물의 방식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건 아마도 최후의 수단일 것이다. - P184
타인을 움직이는 일은 거대한 한 세계를 움직이는 일이다. 그의 삶을 들어 올린 동력 중 하나가 나였음을 알게 되는 순간, 그가 어느새 내 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은 감격스럽다. - P227
자신의 행동에서 이유를 찾은 개인은 부쩍 성장하는 법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평생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쓰는 일과 뛰는 일입니다, 하고 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229
코로나가 장기화된 이후 우리의 일상이 대개 그랬을 듯하다. 무엇을 하든 타인을 상상하게 된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마음이란 어쩌면 서로 무해한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는 마음과 닮아 있지 않을까.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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