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빈 자루는 제대로 설 수가 없는 법이지. - P14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 P24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 P29
여자들이 힘과 욕구와 사회적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겁내는 건 그럴 만하지만, 사실 눈치와 직관이 발달한 여자들이 훨씬 깊이 있고 두려운 존재였다. 여자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하고, 밤에 꿈으로 꾸고, 속마음을 읽었다. - P32
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가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도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 - P36
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4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 P54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 P56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훨씬 좋아 보이는 게 참 많았다. - P67
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 P103
왕관을 쓴 자는 머리가 무거운 법이지. - P104
적을 가까이 두라고들 하지. 사나운 개를 곁에 두면 순한 개가 물지 않는다고. - P105
그 사람들이 갖는 힘은 딱 우리가 주는 만큼 아닌가요? - P106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19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P121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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