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구판절판


먼지처럼 떠다니는 변호사의 언어. 비겁함이 진동하는 부드럽고 세련된 말투-40쪽

그건 불법이다. 하지만 진공상태이던 우주를 불법들이 가득 채워버렸다면 사소한 불법 하나를 이 세계에 보태봐야 불법의 총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68쪽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봤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 삶의 국면마다 비슷한 질문들이 있었다. 기척 없이 뿌려진 무수히 많은 질문들. 기억은 시간 속으로 제각기 흩어졌지만 질문들의 몸통은 결국 하나였다.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93쪽

기대는 못했지만 예상은 못했던 일이었다.-93쪽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105쪽

경고하는 거요. 경고는 받아들여야 이롭다는 뜻이라는 것도 가르쳐주겠소-127쪽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통상적인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확신은 커져갔다.-130쪽

그 말을 할 때 그의 눈동자는 중력을 거부하듯이 자꾸 끌려 올라갔다. 나는 그런 반응을 여러 사람에게서 보았다. 신호들. 생각과, 생각에 대한 생각에 구속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말뿐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바를 완전히 숨기지 못한다. 나는 그를 떠보았다.-137쪽

이들은 단지 한 세기 전의 사고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지지정당이 자신들의 이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판단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 자기 아들이, 또 자기 손자가 희생되지 않는 한 현존하는 세계의 실제 모습을 회의해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사람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피해자였다. -247쪽

그 고민은 길 위에 있지 않았다. 길에 접어든 순간부터 갈 길은 정해져 있었다. -249쪽

그의 증인신문은 훌륭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심을 남겼다. 의심이라는 씨앗에서 확신의 싹을 틔우는 데는 약간의 물만 뿌려주면 된다. -295쪽

정의의 진짜 적은 불의가 아니라 무지와 무능이다. 역사를 통틀어 그래 왔다. -383쪽

그 어떤 창조적인 상상력으로도 현실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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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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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크는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게 됐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자가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흔히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않던가?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언제든 다른 사람을 탓한다. 그렇게 희생양을 만들어야만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마지트가 불을 낸 진범이라고 말하면 경찰은 대단히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들이 구상한 대로 이야기를 끝맺을 수 없으니까. 그 경우 나는 정신병동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것이다. 어쨌든 델리크는 방화가 아닌 다른 일로도 죄를 지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 죄를 짓고 산다. -376쪽

하루에 '5백 단어씩 써야 한다'고 내 자신을 채근한다. 5백 단어. 백지로 두 장. 다시 말하자면 내가 매일 쓰겠다고 정해놓은 소설의 분량이다. 일주일에 엿새를 일한다. 날마다 두 장씩 쓰면 일주일에 열두 장이 나오는 셈이다. 꾸준히 계속 쓰면 열두 달 안에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다. 하루 몫의 원고 분량을 꼬박 채우는 것에만 신경 썼다. 5백 단어. 메일을 쓸 때는 20분도 걸리지 않을 양이지만 소설은 달랐다.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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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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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성공의 본질을 더없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다음 전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울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446쪽

모든 걸 줄이자 기분이 묘했다. '버릴수록 자유롭다' 같은 뻔한 헛소리가 아니라 확실히 삶이 단순하고 편해졌다.
내 생활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출근하고, 7시에 서점 문을 닫았다. 케이틀린과 통화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서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았다. 쉬는 날에는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의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앞날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시 극도로 초조한 상태에 빠져들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347,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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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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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특성은 그 주체를 향한 지독한 자기 파괴의 열정에 있다. 그것은 쾌락을 매개로 그 주체의 완전한 죽음을 목표로 한다. 그의 육체를 모두 갉아먹고 영혼을 완전히 연소시킬 때까지 중독은 멈추지 않는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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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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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기론, 사랑이란 여자의 입장에선 '능력 있는 남자에게 빌붙어서 평생 공짜로 얻어먹고 싶은 마음'이고 남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양육해줄 젋고 싱싱한 자궁에 대한 열망'일 뿐이었다. -216쪽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식들을 집으로 데려가 끼니를 챙겨주는 것뿐이었으리라. 어떤 의미에서 엄마가 우리에게 고기를 해먹인 것은 우리를 무참히 패배시킨 바로 그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것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몸을 추슬러 다시 세상에 나가 싸우라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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