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품절


기도하는 것은 남겨진다.-6쪽

정신의 사치는 우울증을 막아준다.-18쪽

이런 책 한 권이 세계의 비열한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모른다. 거기까지만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가 걸어 다니는 동네의 일만으로도 벅차다. 비열한 것은 세계가 아니라 개인들이다.-19쪽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 아니라도 가격 흥정에 무례라는 건 없다. 고객은 자기 경험과 방식대로 얼마든지 가격을 후려칠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래도 남으면 파는 거고, 손해다 싶으면 안 팔면 그뿐이다. -43쪽

삶을 바꾸려면 버릇을 바꾸어야 하는데, 버릇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먼저 바꿀 수가 없다. -61쪽

각기 다른 인과관계가 우연을 거쳐 한 지점에서 만나고, 만나고 보니 우연은 다 필연이었다는 게 드러나야 한다.-83쪽

사방이 아주 고요하면 예민해지는 게 아니라 둔한 방심 상태가 된다. 그런 방심 상태가 되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띈다. '존재'만 하던 것들이 슬며시 자기를 드러낸다. 의미라는 것도 그럴지 모른다. 절망이나 깊은 슬픔으로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면, 현실적 의미들이 사라진 곳에서 다른 차원의 의미가 올라온다. 자각은 갑작스러워야 자각이다. -93쪽

그냥 내 마음에 걸린다. 앞사람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데 말해 주지 않고 지나칠 때처럼 마음이 찜찜하다. -95쪽

진실은 믿는 것이지 밝혀서 아는 게 아니다.-98쪽

세상과 대결하지 말자. 나에게 있는 것만 가지고 살자.-102쪽

죽은 자에겐 욕망이 없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이라고. 여자의 눈빛은 간절했다. 얼마 전에 마주친 남자아이도 그랬다. 그 간절함은 욕망과는 다른 것이었다. 산 자의 눈빛에는 자아가 깔린 욕망이 있다. 죽은 자는 다만 염원하고 소망한다. 간절히 무엇인가를 바라지만 그건 욕망이 아니라 다만 그리움이다. -125쪽

나는 우연을 안 믿거든요. 안 믿는 게 아니라 다 필연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어떤 일도 필요해서 생긴다는 거지요. 당연히,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저마다 세상에 기여하는 자기 역할이 있어요. 그럼 나는 어디에 필요한 존재였을까... 그걸 알고 싶어요. 나는 왜 태어났느냐 이거지요. -129쪽

장 선생을 생각했다. 누구에 대해 쓰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그를 만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한 사람을 온전히 만나면 거기에 다른 이들도 보인다. 배역이 다를 뿐 모든 사람의 욕망과 상처는 본질적으로 같다. 사람은 누구나 비스한 무게의 삶을 산다. -235쪽

말할 수 있는 것만을 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쓰지 않는다. 단순한 일이다.-236쪽

산 자가 보내지 않으면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못 떠나는 건 산 사람 때문이다.-247쪽

사랑은 하나의 시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249쪽

부조리한 세계에서는 '더 잘사는 것'보다는 '더 많이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말이에요. 한 인간의 도덕과 가치 체계는 축적된 경험의 양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대의 상황은 대다수의 인간에게 같은 양과 같은 깊이의 경험만을 부여한다, 경험이 좀 더 많아지면 가치의 목록이 달라질 것이다, 하고 말이에요.-263쪽

의미는 기억에 있다고 생각한다. 행위가 아니라 기억에. 때문에 의미는 시간이 지나간 후에 만들어진다.-271쪽

그러나, 용서하고 싶었다. 가장 힘찬 용서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아무 걱정 하지 마요.-282쪽

햇빛은 아주 단순한 사물도 찬란하게 만든다. 깊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도 저 찬란한 빛이 자기 몸에 쏟아지면 생각할 것이다. 햇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란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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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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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오래된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13쪽

도움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우리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164쪽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살아있는 이들은 모두 죄인이니.-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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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구판절판


먼지처럼 떠다니는 변호사의 언어. 비겁함이 진동하는 부드럽고 세련된 말투-40쪽

그건 불법이다. 하지만 진공상태이던 우주를 불법들이 가득 채워버렸다면 사소한 불법 하나를 이 세계에 보태봐야 불법의 총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68쪽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봤다. 계속 고민하고 있다. 삶의 국면마다 비슷한 질문들이 있었다. 기척 없이 뿌려진 무수히 많은 질문들. 기억은 시간 속으로 제각기 흩어졌지만 질문들의 몸통은 결국 하나였다.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93쪽

기대는 못했지만 예상은 못했던 일이었다.-93쪽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105쪽

경고하는 거요. 경고는 받아들여야 이롭다는 뜻이라는 것도 가르쳐주겠소-127쪽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통상적인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고,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확신은 커져갔다.-130쪽

그 말을 할 때 그의 눈동자는 중력을 거부하듯이 자꾸 끌려 올라갔다. 나는 그런 반응을 여러 사람에게서 보았다. 신호들. 생각과, 생각에 대한 생각에 구속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말뿐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바를 완전히 숨기지 못한다. 나는 그를 떠보았다.-137쪽

이들은 단지 한 세기 전의 사고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지지정당이 자신들의 이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판단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 자기 아들이, 또 자기 손자가 희생되지 않는 한 현존하는 세계의 실제 모습을 회의해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사람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피해자였다. -247쪽

그 고민은 길 위에 있지 않았다. 길에 접어든 순간부터 갈 길은 정해져 있었다. -249쪽

그의 증인신문은 훌륭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심을 남겼다. 의심이라는 씨앗에서 확신의 싹을 틔우는 데는 약간의 물만 뿌려주면 된다. -295쪽

정의의 진짜 적은 불의가 아니라 무지와 무능이다. 역사를 통틀어 그래 왔다. -383쪽

그 어떤 창조적인 상상력으로도 현실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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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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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크는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게 됐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자가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흔히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않던가? 우리는 늘 다른 사람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언제든 다른 사람을 탓한다. 그렇게 희생양을 만들어야만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마지트가 불을 낸 진범이라고 말하면 경찰은 대단히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들이 구상한 대로 이야기를 끝맺을 수 없으니까. 그 경우 나는 정신병동으로 거처를 옮겨야 할 것이다. 어쨌든 델리크는 방화가 아닌 다른 일로도 죄를 지었다. 그렇다. 우리 모두 죄를 짓고 산다. -376쪽

하루에 '5백 단어씩 써야 한다'고 내 자신을 채근한다. 5백 단어. 백지로 두 장. 다시 말하자면 내가 매일 쓰겠다고 정해놓은 소설의 분량이다. 일주일에 엿새를 일한다. 날마다 두 장씩 쓰면 일주일에 열두 장이 나오는 셈이다. 꾸준히 계속 쓰면 열두 달 안에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다. 하루 몫의 원고 분량을 꼬박 채우는 것에만 신경 썼다. 5백 단어. 메일을 쓸 때는 20분도 걸리지 않을 양이지만 소설은 달랐다.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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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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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성공의 본질을 더없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다음 전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울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446쪽

모든 걸 줄이자 기분이 묘했다. '버릴수록 자유롭다' 같은 뻔한 헛소리가 아니라 확실히 삶이 단순하고 편해졌다.
내 생활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출근하고, 7시에 서점 문을 닫았다. 케이틀린과 통화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서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았다. 쉬는 날에는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지금은 그저 하루하루의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앞날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시 극도로 초조한 상태에 빠져들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347,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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