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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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속도에서 깊이로

서평을 쓰는 지금도 나는 디지털 기기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 2개, 노트북 2대, 타블렛 1대 그리고 핸드폰 하나. 내 앞에 있는 디지털 기기들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디지털 기기와 함께 하고 있다. 또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통해 나의 디지털 관계를 확산시켜왔다. 그러나 나는 사실 그리 인적 관계가 넓은 사람은 아니다. 인터넷 세상의 익명성을 통해 조금 더 쉬운(?) 관계를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속도에서 깊이로>> 이 책은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저자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공감을 표했다.


서문에 나와 있는 이 책이 [동경과 갈망에 관한 책]이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저자와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나는 내렸지만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마음이 자유롭게 노닐 수 잇는 조용하고 널찍한 공간에 대한 동경이 아닌 삶과 인간 관계에 대한 동경과 갈망말이다. 인터넷 세상에 접속하고 살고 있지만 항상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 앞으로 잘 다가가지 못한다. 왜일까?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 우리가 먼저 ‘접속’하기 때문에 언제나 ‘연결’되는 것이다.


맞다. 내가 먼저 가상공간을 향해 손을 내밀고(접속)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안에 갖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분주해지고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 저것에 관심만 가지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다.


인간은 바깥으로의 여행을 좋아한다. 연결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삶으로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이 책은 그래서 삶의 의미에 관한 책이다. 삶의 속도보다는 깊이에 대한 천착을 통해 삶을 보다 풍요롭게 자신의 성찰을 통해 자신에게 더 만족할 수 있는 내적인 삶에 더 의미를 두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디지털 맥시멀리스트를 지양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의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플라톤이 말한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통해 세상에 거리를 좀 두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세네카와 세익스피어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세계와 현재의 세계에 처한 문제가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음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던져준다.


<< 파이드로스가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이유는 디지털 문화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 원칙은 바로 분주한 사회에서 깊이와 충만함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조금씩 비켜나가고 있고 디지털 관계에 지치거나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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