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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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도덕경

 


산업화와 국가 경제 성장에만 몰두했던 사회가 조금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소확행, 워라벨 등 개인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단어들이 유행하고 20대와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제 더 이상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각박함이 지속되고 닫힌 사회로의 전환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의식을 옅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현상은 지금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과거에도 이미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의 시대에 노자의 사상이 존재했다는 것은 이러한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아는 노자의 사상은 이러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가와 조직을 위해 개인의 현재를 억압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규율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하는 자세가 노자 사상에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새롭게 출간된 소준섭님이 옮긴 노자(도덕경)을 읽어봅니다. 그리고 제가 기존에 생각한 노자의 사상이 정말 잘못된 인식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전은 원문도 중요하지만 훈고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듯이 어떻게 그 원문을 해석하고 주석을 다는지가 더 중요해보입니다. 도道 하나를 두고도 많은 해석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첫 장은 많이 보았던 구절입니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으로 시작되는 이 구는 도덕경을 모르는 사람도 많이 접했을 내용입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준섭님의 주석을 읽어보면 그래도 이해가 더 잘 됩니다. 노자의 도는 우리가 아는 常道(상도)가 아닌 특수한 도라고 이야기 합니다. 가장 추상적인 개념 범주로서 천지만물 생성의 원천이자 동력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 듭니다.

 


無爲(무위)에 대한 해석도 이렇게 다릅니다. 우리가 한자 자체만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될 것 같습니다.

 


무위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에 순응하게 하고 사물의 객관 규율을 준수하도록 돕는다

 


36장의 유약함이 강함을 이긴다 편도 눈에 들어옵니다. 시위미이라는 구절을 ‘이것을 일러 미묘한 조짐’이라 한다 라고 해석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원문의 한자를 어찌 읽을 수시위미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석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좋은 해석이 있지 않으면 원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45장은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많이 인용되는 장인 것 같습니다.

대성약결, 대영약충,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가장 완전한 것은 결핍된 듯 보인다. 가장 충만한 것은 비어있는 듯 보인다. 가장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가장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으며 가장 뛰어난 웅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 해석을 보면 이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외견상 나타나는 상황이란 때때로 실제 상황과 완전히 상반된다. ‘대성’, ‘대영’은 본질이자 인격을 가리키며 ‘약결’,‘약충’, 약굴‘, ’약눌‘은 외부로 표현된 현상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노자는 완전한 인격이란 외형상 표현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재된 본질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힘주어 다시 역설한다.

 


도덕경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노자에 대한 생각이 ‘틀렸구나’ 였습니다. 노장 사상은 현실도피와 소극주의 그리고 운둔 사상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피폐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인위적 분쟁을 비판하고 다시 우리의 본성으로 돌아가 윤리적이며 이상적인 삶을 추구했던 사상이었던 것입니다. 소준섭님이 해석한 이 책을 통해 도덕경의 본질에 아주 조금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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