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가란? - 정체성과 자화상 사이에서
황지욱 지음 / CIR(씨아이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review
  
우리의 도시는 엉망이다. 아름다움이란 찾아볼 수 없다. 신도시라는 이름아래 지어진 그 어떤 도시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 중심이기보다는 자동차와 빌딩의 도시이며 걷고 싶은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새로운 도시가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 역사성은 파괴되었고 재개발이라는 명목아래 도시는 아파트촌으로만 변해가고 있다. 그나마 14세기 정도전이라는 도시계획가에 의해 설계된 4대문 정도가 그나마 관광자원이 되고있을 뿐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이 책은 그동안 학교에서 그리고 지자체에 자문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도시계획가라고 부르는 한 교수의 도시계획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쓴이는 분노하면서 썼다고 했는데 과연 그 분노의 대상은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스스로가 속한 학계에 먼저 분노를 했는지 아니면 국토부를 아우르는 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분노였을까? 
  
이 책은 책장을 넘기기 쉽지가 않다. 깔끔하고 산뜻한 표지와는 달리 건설잡지에 특별 연재로 실리는 기고문 같은 형식이다. 각주가 많이 달려 있고 각주 내용도 길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 계획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 불길한(?)느낌도 든다. 
목차를 보다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바로 도시계획위원회를 이야기하는 4장이었다.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제대로 된 활동이 있었다면 오늘 우리의 도시가 이모양으로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참여한 많은 학교의 교수들과 공무원들은 통렬하게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숲 신도시들, 교통지옥인 잠실에 뜬금없이 전투기의 항로를 바꾸어가면서 설계된 롯데월드타워, 삼성동에 멀쩡한 한전사옥을 부수고 현재와 미래의 교통수요를 제대로 고려했는지도 의문시되는 현대자동차의 초고층빌딩 및 타운이 들어서는 것 등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석한 이들은 거수기였던것인가? 이 단원을 읽으면 그에 대한 아쉬움을 덜 수 있을까? 
  
단순히 해외의 아름다운 도시를 보고 그것을 책으로 옮겨 우리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더 우리가 우리의 도시를 아름다운 인간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를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 일반인들(비전공자를 위시로한)의 도시에 대한 지식 그리고 관심이 높아져야만 도시계획을 책임지는 행정가들, 학계의 관계자들 그리고 도시계획위원회 같은 기구들이 좀 더 제구실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차분히 이 책의 책장을 넘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