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 다빈치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동네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집에 관한 책 한권을 빌렸습니다. 일본 건축가가 쓴 에세이 같은 책입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알려진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만 좋은 집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혹은 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요? 유명한 건축가가 지으면 좋은 집이 되는 걸까요? 비싼 자재와 고급스런 장식을 사용하여 지은 저택이 좋은 집일까요? 여기 일본의 한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좋은 집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이며 건축가인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좋은 집에 대한 요소로 12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풍경, 원룸, 편안함, 불, 재미, 주방과 식탁, 아이들, 감촉, 장식, 가구, 세월, 빛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조금 어색하죠? 특히 불, 아이들, 감촉, 세월 같은 것은 보통 건축가들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별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좋은 집이란 단순한 하드웨어적인 것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물론 잘 설계되고 제대로 시공된 집은 좋은 집의 기본이 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건축가의 관점에 주목해서이지 사는 우리들의 관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점에 주의하여 글을 썼습니다.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주방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할 때 느끼는 단란한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주방과 식탁이 좋은 집의 요건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 보기 좋게 어질러져 있거나 다소 어수선해도 그것이 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방의 모습입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꿈을 성장시켜줄 수 있는 집이 또한 좋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허술했던 집이 제 마음속에 창조성과 호기심을 키워주었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움직이기 싫을 만큼 안락하고 기분 좋은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습니다. ...”

 

이 책은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집이라는게 살다보면 기능적으로 편리해야하지만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세월의 때를 입어가는 일종의 동료일 수 있습니다. 좋은 집이란 바로 나의 추억을 입히고 나에게 좋은 기억을 입혀주는 좋은 친구인 셈이죠. 책 후반부에 소개되는 가구에서 보면 저자는 자신의 과거 월급의 2배를 주고 좋은 의자를 샀는데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냥 싼 가구를 아무런 느낌없이 사지말고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좋은 가구를 사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는 읽는 저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책은 참 편안하고 쉬운 용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글도 참 푸근합니다. 건축가의 마음과 성정을 책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건축가가 짓는 집은 화려하지는 않을지몰라도 사는이들에게 편안함과 많은 재미 그리고 좋은 추억을 주는 집이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건축에세이 책을 읽어보면 가끔은 알 듯 모르는 어려운 용어로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집을 의뢰한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후회하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집을 꼭 짓지 않더라도 자신이 현재 사는 공간에 대한 둘러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에세이가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더불어 건축과를 가려고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좋은 집에 대한 개론이 되리라 확신해봅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건축책을 읽으니 오래전 건축과에 입학했을 때의 생각이 났습니다. 시간이 지나 건축과는 다른 곳으로 왔으나 건축이 이런 학문이었지 하는 설렘을 갖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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