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 개화와 근대화의 격변 시대를 지나는 20세기 초 서울의 모습 표석 시리즈 2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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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일전 아내와 아들과 함께 풍문여고 앞길을 지나 정독도서관으로 걸었다. 풍문여고 앞을 지나다 풍문여고가 옮겨진 사실을 그때야 알았다. (물론 이유는 몰랐지만) 그리고 그곳에 적힌 도로명이 감고당길인 것을 알게 되었고 표석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인현왕후의 사저였다는 것을. 서울 사대문 안을 걷다보면 가끔 이런 표석을 발견하곤 하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한 번씩은 대충 훑어보지만 자세히는 보지 않아 이내 잊어버렸다. 바로 100년전 우리의 역사적 장소인 것을 망각하고는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비망록 같은 책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열심히 드나들었던 광화문 일대와 종로의 100년전 모습이 눈에 조금씩 들어온다. 총 10개의 길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내가 걸었던 그 길에 어떤 역사가 쌓여있으며 어떤 건축들이 존재했다가 사라졌는지 비로소 내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라파엘 비뇰리의 종로타워를 바라보다 문득 사라져버린 박흥식의 화신백화점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고 조계사 뒤편에서 보았던 우정국 표석에서 김옥균과 서재필의 3일 천하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독도서관을 보면서 이제 그곳에 새겨진 오욕의 역사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태화관의 자리에 가서 이완용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로 7017에 가서 사라져버린 남지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불과 100여년전 우리의 서울이라는 공간을 다시 재생시켜주는 역할은 하고 있다. 표석을 가지고 이것들을 모두 추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저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우리는 지난 과거에 대한 역사적 추리를 통해 잊혀진 우리의 혼돈과 좌절의 1900년대 초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근대사를 공부하는 중고생에게 행복한 역사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매주 주말이 되면 표석을 찾는 보물찾기에 나서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또한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서울의 4대문을 구경하면서 아이들과 역사적 장소를 추억하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불우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미래 자원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분명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p.s. 한용운은 친일을 하게 되는 최린 등과 같은 친우들과 절교를 하게 되는데 왜 방응모와는 끝까지 친하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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