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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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표지가 예쁜 책 치고는 제목이 좀 거창해보였다. 사물의 중력이라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제목은 좀 내용과 어울리지 않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사실 패션에디터, 잡지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편견이 있었다. 허영, 패션에 민감하고 무언가 첨단에 있는 척하는 그런 선입견같은거 말이다. 근거 없는 이 선입견은 어디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선입견의 일부는 맞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저자에게서는 그 느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여성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하는 느낌을 가졌다. 남자들과는 다른 여자들의 심리 세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활을 통해 혹은 저자가 말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그것이 조금조금씩 노출되곤 한다. 어떤 물건에 관해 느끼는 생각은 역시 남과 여의 차이가 확실하다. 물욕의 차이는 적을지언정 말이다.

 


처음에 읽을 때에는 그냥 한 잡지사 출신의 여성이 쓰는 신변 잡기 같은 이야기로 생각되었는데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관한 가치관이 확실히 드러나 보인다. 사물에 담긴 자신의 생각과 주관이 확실해 보인다고나 할까? 점점 책에 내용과 그 사람의 삶이 눈에 그려진다. 중고나라의 에피소드나 카메라에 관한 욕심에 관한 이야기는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꽤 공감이 간다. 또한 커피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중독이라는 단어에 대해 확실히 이해가 되었고 동의할 수 있었다. 어떤 일에 대해 중독이라면 최소한 저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농경민일까? 유목민일까?

유목을 꿈꾸지만 농경민임에 틀림없다. 집이 웬만한 호텔보다도 편하고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그래도 집으로 회귀하는 생각을 자주한다. 잘 버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나중에 필요없는 것들을 사기도 한다. 텅 비어있는 공간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의 공간은 책들과 여러 나의 취미용품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평을 쓰는 책상위에도 벌써 두 대의 모니터와 포토프린터 그리고 핸드폰, 헤드폰, 책 거치대, 서예 붓과 그 걸이 그리고 몇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정돈, 빈 공간 과는 거리가 먼 그런 풍경말이다.

 


저자의 삶이 궁금하기는 하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일은 어떤 것일까? 낯선 곳에서 혼자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은 외롭지 않을까?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물을 버리고 텅 빈 공간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러나 적어도 어떤 사물이나 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주관과 의지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사는 여성의 모습은 글에서 보이듯이 씩씩하고 굳세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을 읽고 그의 삶을 더 응원하며 책 이후의 삶에 더 응원과 궁금함을 더한다.

 


취향은 남에게 과시하기위해서 쓰면 허영이 되고 남을 무시하기 위해 쓰면 폭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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