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제국, 로마 - 그들은 어떻게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가 지성인의 거울 슈피겔 시리즈
디트마르 피이퍼 & 요하네스 잘츠베델 지음, 이은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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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대한 책들은 너무나 많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오노나나미의 책은 한국인들에게 로마를 한층 더 친근하게 만들었고 그가 짝사랑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더 영웅시하게 되었다. 나 역시 한동안 시오노나나미의 책을 탐독했고 집의 책장의 한 켠에 로마인이야기 책들이 놓여있다. 이번에 읽게 된 슈피겔지의 “만들어진 제국.로마“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어떤 상상을 하게 해줄까, 어떤 로마를 보여줄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이 책은 로마의 시작부터 옥타비아누스가 내전에서 승리하기 전, 즉 제정이전까지의 역사를 다루었다. 책 앞에서 다루어지는 에트루리아인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다. 결국 로마인은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잘 알았다는 것이 성공의 비결 첫 번째가 될 것이다. 많은 것들이 에트루리아인들에게서 계승되고 그것을 잘 발전시켜 로마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로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또한 그들의 놀라운 외교술이다.

 

[로마는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해버리면 한때는 그렇게 화려하게 입발림했던 무한한 평화 관계를 바로 끝내버리고 예전의 동맹국들과 내전을 벌여야 하는 것에 어떠한 거리낌도 갖지 않았다. (중략) 하지만 로마는 계속해서 신중하게 행동했고 굴복당한 이들에게 그리 오랜 굴욕을 심어주지 않을만큼 영리했다.]

 

작은 도시국가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에 그들의 치고 빠지는 외교와 군사전략은 필수였으며 그것이 효과적으로 전개되었기에 그들은 주변을 제압할 수 있었고 강력한 적의 도발에도 연합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적을 제압하고 동화시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 나라에게도 매우 유효한 전략이 아닐까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에게 있어 외교의 중요성은 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세금징수권을 개인 사업자에게 넘겼다는 이야기이다. 먼저 원로원이 규정한 금액을 모두 선금으로 내고 자신이 지역민들에게 징수하는 제도는 오늘날 조금 이해하기 힘든 제도이지만 당시의 제국의 지배층에게는 퍽 유용한 제도였으리라 생각된다. 실속은 챙기고 혹시 모를 책임은 세금 징수인에게 넘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속주의 피지배자들은 더욱 더 가난해졌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마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같다면 이 책은 진수의 [삼국지]같다. 재미는 좀 덜하지만 나름 객관적인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각각의 독립성있는 글들이 시대를 촘촘히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는 기본이고 문화, 언어, 생활 등 로마의 삶의 면면을 조금씩 드러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라틴어가 배우고 싶어졌고 검색을 통해 박물관의 그림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사비나 여인들의 납치 그림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고 여러 라틴어들을 입에서 웅얼거리기 시작해졌다. 타르퀴니아의 에트루리아 유적지를 가보고 싶어졌고 판테온의 천정돔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책을 덮으며 로마의 개선식이 그려졌고 알프스를 코끼리를 타고 넘어와 로마를 위협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의 위풍당당함도 생각이 났다. 반란으로 진압을 당해 아피아가도에 십자가형을 받은 3000명의 카푸아노예들의 비참함도 떠올랐고 그라쿠스 형제의 안타까운 죽음도 눈앞에 보이고 3월 15일 원로원에서 23번의 찔림으로 생을 마감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마지막 모습을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로마시민 그리고 로마에게 정복당했던 식민지 속주민의 삶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직 다 찾지는 못한채 이 책을 덮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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