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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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임진왜란이라고 하는 조일전쟁은 그 역사적 흥밋거리가 많아서인지 몰라도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다. 다 비슷비슷한 내용에 대부분 왜군은 악의 화신으로 그리고 우리는 민족적 저항으로 결국에는 승리하는 그런 소위 말하는 국뽕(?)스타일이다. 거의 대부분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고 최근에야 류성룡이 주인공이었던 텔레비전 사극이 하나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거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다름이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역랑]. 책을 읽고도 이 책의 제목이 왜 역랑인지 잘 모르겠다. 추천사의 한 구절처럼 거슬러 밀려오는 시대의 물결에 온몸으로 맞섰던 사람과 못다 한 이야기라는데 나는 그렇게 읽지는 않아서인가?

 


그렇지만 김충선이라는 귀화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이라 참 흥미롭게 느껴졌고 이는 책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이 책이 그리는 그 시대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시작부터 소설의 장면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따라 움직이고 있고 그곳에서 김충선의 어미를 만날 수 있다. 어미는 자신을 희생하며 아이를 일본으로 보내는 광경은 너무나 슬프고 아프다.


나는 다시 일본의 어느 성으로 갈 수 있었다. 1580년대의 왜의 풍경은 이러했구나 할 정도로 이 소설은 묘사가 탁월하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참 딱하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릴 정도다. 이 책에서는 마치 그림을 보듯이 묘사가 섬세하다. 특히 아츠카와 노를 보는 광경은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경우 많은 사람들의 두근거림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노부나가, 히데요시와의 만남 대목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서사적으로 본다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아츠카의 아버지이자 전임 마고이치인 겐카쿠가 죽는 과정은 너무 생략되어 그 정확한 이유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대와 식솔들을 살리기 위한 과정이 너무나 부족해 그의 죽음에 대한 느낌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에야스와의 관계도 소설 중간으로 끝이나버려 무언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극 말미에 갑자기 히데요시를 죽인다는 설정은 독살설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비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데요시와의 악연에 대한 부분도 처음에는 아주 강렬한 씬이었는데 어디서부턴가 힘이 빠져버린 느낌을 받았다. 연인이었던 아츠카의 죽음도 갑자기 진행되어 초반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아츠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소설의 전반전 - 겐카쿠의 죽음과 이에야스의 배려로 인해 은거하던 시기 -의 아주 짜임새있고 흥미롭고 탄탄한 스토리에 반해 후반전 - 조일전쟁의 준비부터 끝까지 -은 분량도 그렇거니와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가 조선인이라는 설정은 참 좋았지만 조선에 대한 감정적인 동화를 일으키는 장면들은 조금 억지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이에 대한 개연성있는 스토리가 진행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는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항왜라는 소재를 들고 나와 그리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이리 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작가의 창의성에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도 언급했던 아쉬움은 남는다. 차라리 책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좀 더 후반스토리를 더 작업했더라면 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램이라면 조일전쟁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좀 더 선악 이분법적인 구도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다루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 침략자인 일본은 정말 악의 화신이고 우리는 그에 저항하는 선한 민족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깨고 좀 더 일본과 조선 그리고 명이라는 참전 3개국의 면들을 객관적으로 다룬 책을 이제는 읽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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