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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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잘 든 칼을 든 검객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저자는 한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기세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냥 그 시선을 피하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그랬듯이 나도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는 이 책의 저자와 눈을 마주하였다. 비로소 책의 마지막 장이 끝났을 때 나는 마음을 편하게 쉴 수가 있었고 이 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 제목을 응시하고 되새김질하였다.

 

이 책은 내가 알던 일반적인 철학의 강의를 하는 책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철학(혹은 철학강의)은 조금 현학적이고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떨어진 이상적인 곳에서 구질구질한 삶의 윗자락을 논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철학의 수준과 국가는 비례한다고 믿어왔지만 철학이 이토록 국가의 발전과 동일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익히 들어보지 못했다. 산업혁명이 서양근대철학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말은 신선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그래서 더 바짝 생각의 고삐를 당겨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글쎄,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떻게 이 책의 느낌을 말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냥 생각의 껍질을 벗은 것같다. 조금 머리가 홀가분해졌다라고나 할까? 저자의 말에 동의를 다 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철학에 관한 관점하나하나가 나의 기존의 철학 개념을 다 녹여 버린 듯하다. 옛 철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배움을 통해 오늘의 사회 그리고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여야 하고 나아가 미래의 문제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한다

 

吾喪我 / 有眞人而後有眞知

“이론이나 지적 체계들, 가치관이나 신념이나 이념들은 사실 생산되자마자 부패가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그 부패되고 있는 신념이나 이념을 매우 강력하고 분명한 가치관으로 신봉하면서 그것으로 무장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들로 채워져 있는 가치의 결탁물이다. (중략) 가치관으로 결탁된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 [장자의 제물론]

 

가장 강력하게 저자가 내게 내민 일합이라고 느껴졌다. 기존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동적이고 타생적 지식과 경험의 세계를 타파하지 않는 한 나는 계속 나의 기존 판속에 놓여질 것이고 새로운 독립된 나의 판을 만들지 못한채로 나머지 나의 삶이 수동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경험을 통해 더 높은 철학의 시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급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국 사회는 몰개성의 사회다. 개인이 조금만 튀어도 경계하고 비판한다. 조금만이라도 공동체의 일에 동참하지 않으면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떤 존재가 될까? 우리는 이제 개인의 가치에 관한 다양성과 제멋대로의 삶을 용인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개인의 철학적 다양성이 인정될 때 사회의 건전한 철학의 시선이 높아질 것이고 더 높은 사회로 우리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의 주장처럼 우리는 이제 지금 사회의 반역자가 되어야 한다. 해와 달을 동시에 보지 못하고 자신의 철학없이 더 이상 도약할 수 없는 현실에 봉착했다. 위정자는 위정자의 몫으로 시민은 시민의 몫으로 자신의 철학적 시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야말로 탁월한 우리 개개인 그리고 탁월한 국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무닭木鷄의 경지에 다다라야 한다.”

나무 닭은 자기가 자기로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자기 게임을 하는 사람만이 기존에 있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중략) 노자도 “자신을 이겨야 진짜 강자다.” 라고 말한 것이다.

 

이 책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에 충분히 생각의 파문을 던질만한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하고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시선을 높였으면 한다. 철학은 배부르거나 혹은 배고프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히 해야할 삶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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