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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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15년이상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고 나를 소개하면 대개 반응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머리가 참 좋으시네요.” 이고 또 하나는 “ 자신은 수학을 참 싫어했고 못했다.”였다. 사람들이 수학하면 생각하는 두 가지 반응이야말로 수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여러 답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냥 배시시 웃고 만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학이란 입시과목을 가르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학을 잘하건 못하건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수학적 사고를 담기 위해서라고. 그렇다면 수학적 사고라는게 무엇일까? 거기에 대해서 이 책이 나보다 훨씬 더 현명한 답을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부제인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학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고에 관한 이야기 이다. 수학적 사고라고 좁혀도 되겠다.


도대체 數學(수학)이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수학을 [추상적인 개념적 도구를 사용해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라고 정의한다. 신선하지 않은가? 단순한 수, 도형, 공간 이런 것들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세상을 체계적 혹은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수학이라니!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주인공이 수학인가 하는 의심을 할 때가 많아진다. 물리학이 설명되기도 하고 지구과학이 책의 페이지를 장식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경제학으로 책이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결국에는 수학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치 해결사처럼 말이다. 아! 그래서 제목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6장으로 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그 재미와 지식이 넘쳐난다. 특히 3장의 확률론의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파스칼과 페르마의 이야기는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확률의 필요성과 그 발달에 관한 이야기는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띠며 읽었다. 나아가 결국은 수학의 알고리즘으로 이어지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자율주행 코딩에 필요한 요소가 확률론이라니 세상은 참 수학으로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학은 모든 것의 기초학문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4장의 사회선택이론은 수학에 관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다. 선거를 예로 들면서 정치에도 수학이 적용된다는 기본 이야기를 넘어 선호도 방법에 따라 답(결과)이 달라지는 현상을 두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답이 없다고 해야 할까? 수학은 답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닌가? 우리는 어떤 선택방법을 택해야 가장 만족스러울까? 하는 고민을 던져놓고 5장에서 그 제약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반전이 어디있을까? 마치 수학은 이렇게 세상을 발전시키는 거야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번으로는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아마도 한 번을 읽었을 때, 그리고 다시 읽었을 때가 다를 것이다. 한 번 더 읽으면 또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지 모르겠다. 삶에 대한 사고를 계속할수록 수학은 필요할 것이고 그 수학이라는 것이 복잡한 수식의 형태가 아닌 우리 삶과 밀접한 언어로 표현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사고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의 수준도 올라갈 것이고 사회도 더 다양한 사고의 체계를 인정하며 수학을 기초로 한 많은 분야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수포자 양성이라는 우리의 현행 입시체계의 문제점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의 교육체계아래에서 제대로된 수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수학이 어렵다고 이과정을 빼고 저과정을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한게 아니라 진정 수학이 무언지 먼저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수학을 가르치는 또는 배우는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 우리는 수학적인 사고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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