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예뻐졌다 - 아내와 함께 나누는 詩
김하인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저자가 “머언 먼 젋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자신의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시란 참 오묘하다. 평범한 일상어로 대부분 쓰여졌는데 생각은 너무나 우리와는 다르다. 평범한 바람을 보고도 마트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보고도 그런 시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작가의 혜안에 글을 다시 한 번 되뇌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 아니라 나처럼 20년 가까이 아내와 생활을 한 젊음이 조금 비껴나간 나이의 남자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20대와 30대의 남자들은 이 책의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젊음과 힘 그리고 욕구가 다른 것을 압도하는 나이기에 이 시의 언어처럼 돌고 돌아온 스스로를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적 대상인 여자, 사랑, 그리움 그리고 아내에 대해 작가는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모두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의 언어는 곰곰이 다시 한 번 따라 읽게 된다. 때로는 자신의 욕구마저도 아름다운 시의 한구절이 되게 만드는 그의 언어는 평범하지만 내용은 평범하지 않다. 김하인의 시는 그런 것 같다. 평범하고도 평범한 언어이지만 그 언어가 담은 내용에 쉽지 않는 고민과 치열한 삶의 반추에서 오는 깊이감이 느껴진다. 
  
“내가 널 사랑하는 건 나의 일이고
네가 날 사랑하는 건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인의 해학과 유머가 느껴질 때도 혹은 아직 철이 다 들지 못한 남자의 마음도 표현되어 있다. 공감이 간다는 것은 내가 조금 나이를 먹기 시작한 것일까? 한국의 중년 남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능글능글함이라고 할까? 이런 표현들이 익숙해지고 웃음이 나는 것은 왜일까? 시의 언어로서 읽혀지는 이 남자들의 어리석음에 스스로에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이 책은 그래서 더 나에게 읽혀지는 것 같다. 
  
“나는 정말이지 그 녀석이
오줌 몇 방울에 든 냄새로
기막힌 연애편지를 써대는
그 능력이 진심 부럽다. “
  
  
“나는 아내로부터
금욕의 평화로움을 
선물받았다.“
  



아내에게 이 책의 몇 구절을 읽어주었다가 본전도 못찾았다. 이제 아내에게 나의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일까? 시가 잘 안먹히는 현실을 아내에게 만들어주어서 그런 것일까? 반성해본다. 말은 잘 하지 않지만 아내의 뒷모습은 항상 정겹고 사랑스럽다. 이 책이 다시 한번 내게 그걸 일깨워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의 깊이를 하나 더 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내가 덜 철들었음을 일깨워 주웠다. 



출판사로부 책을 받아 쓴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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