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 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이준명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6월
평점 :
나에게 있어 여행은 꽤 늦은 나이에 시작되었고 첫 해외여행은 팔라우였다. 늦은 신혼여행이랄까? 아내가 골라준 패키지를 아무런 망설임없이 함께 다녀왔다. 그곳에서 우리는 일행과 떨어져 현지 일본여행팀과 정글투어도 하였고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의 여행사에서 싸게 나왔던 추석연휴 터키 패키지를 다녀왔다. 이 여행에서 패키지 여행의 주는 한계를 절실히 느끼며 웬만하면 패키지는 다시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1년 뒤 아내와 나는 마침내 유럽40일의 자동차여행을 떠났다. 시간이 중요했지 비용은 그 다음의 문제였던 여행이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내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던 여행이었다. 그 당시에도 느꼈지만 여행은 결국 시작이 중요했으며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결국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여행은 결국 용기의 문제이지 다른 것은 주된 문제가 될 수 없다.
저자의 에콰도르 여행중 도난당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나는 바르셀로나 자동차 렌트후 5분만에 벌어진 차량 도난 사건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 때는 정말 아찔하고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끔 내게 웃음을 주는 에피소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난 사건이 나에게 새로운 차원의 여행을 열어준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행을 갔다왔던 팔라우, 인도의 바라나시 이야기가 있어 더욱 즐겁게 읽었다. 팔라우의 명물이었던 젤리피쉬레이크가 이제는 당분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니 너무 아쉽다. 바라나시의 느꼈던 이야기는 책과 거의 흡사하다. 그곳은 인간, 동물, 자연이 공존하는 천국이다. 저자는 일탈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것과 정반대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탈이라면 동의하지만 일탈이기 보다는 우리의 삶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회귀한다고 더 느껴진다.
“이처럼 낯선 세상으로의 일탈은 영혼에 큰 울림을 선사한다. ”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직 세상에 가보아야 할 곳, 즉 살아보아야 할 곳들이 너무나 많고 그곳에 대한 동경이 커진다. 여기에 일상적인 인간관계의 삶에 대한 가식을 벗어버리고 고향이라는 혹은 조국이라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뿌리를 떠나 유목민의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하나의 힌트를 주고 있다.
“ 여행이 고향을 낯설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 낯섦이 나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보여줄 테니까.”
이 책은 작고 가볍고 내용 또한 여행에세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읽다 보면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에 삶의 깊이가 조금씩 묻어나 있는 것을 느낀다. 그가 인용하는 문구보다는 그가 느낀 여행의 삶의 무게가 더 그러하다. 평범한 흑백사진이 주는 느낌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오히려 글의 담백함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글을 읽는데 더 치중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삶의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물론 이 책의 저자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다. 아내가 있고 갓 돌이 지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옆에 있는 나로서는 조금더 엉덩이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시 제목을 읽어보고 그 엉덩이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해보고자 한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라고.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들고 어서 떠날 준비를 하라고.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