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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평점 :
어느덧 집콕이 일상화된 요즘,
일상을 벗어난 낯선 곳으로의 여행,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여전히 그립고 간절하다.
여행을 그리워하는 나같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나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은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 테마 기행 같은 웰메이드 여행 다큐나
유투브 여행 채널 등이 있을 것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행 정보 서적이나 여행 에세이들이 작은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좋아하는 작가의 여행에세이가 나왔다.
꽈배기 시리즈와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등으로 잘 알려진, 생활 밀착형 작가 최민석의 '40일간의 남미 일주' 가 출간되었다.
제목부터 쥘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떠오른다. (라임도 들어 맞는다)
최민석 작가의 전작 에세이 '베를린 일기' 를 읽어본 독자라면 더욱 더 업그레이드된 그의 애절하고 짠하지만 요절복통인 여행 에피소드를 두손 들고 반길 것이고,
그의 에세이가 처음인 독자들이라도 여행 첫째 날부터 빵빵 터지는 사건들에 책장을 쉽게 덮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할 수 있다.(책 진짜 재밌다. 이건 여행기인가? 고품격 자학 개그인가? )
꽈배기 시리즈나 베를린 일기, EBS 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최민석 작가가 우리 과의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40일간의 남미 일주에서 하루, 하루의 일과를 따라가다보면
정말 이 분은 이 쪽(?) 으로 경지에 올라선 분이시구나.. 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민숙초이(여권이나 숙소 예약 시 입력한 이름 때문에 민숙 초이라는 부캐가 만들어졌다)의 40일 여정에서
궁극의 에피소드는 운동화 사건일 것이다.
문제의 운동화 사진도 책에 실려있지만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에피소드는 글로벌 호구(좋은친구), 최민석 작가의 40일 여행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정은 멕시코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콜롬비아 - 페루 - 칠레 -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에서 마무리된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남미는 종착지이자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고 한다.
업무출장 차 브라질만 한번 가본 것 외에는 중,남미는 나에게도 미지의 대륙이자 여전히 꿈의 여행지이다.
보고타, 마추픽추, 발라파이소, 부에노스 아이레스, 리오 등을 여행하면서
민숙초이는 여전히, 그답게
여행기간의 2/3 가까이를 배탈로 고생하고, 찬물 샤워를 하고, 한국보다 비싼 세탁비를 내고,
이동할 때 마다 무한반복되는 라틴음악에 괴로워한다.
ATM기를 찾지 못해 3,4만원을 주고 환전을 하고 나면 바로 앞에 ATM 기가 나타났던, 베를린 일기의 확장판같은 일들이 남미에서 신기하게도 매일 벌어진다.
그럼에도 그는 , 그러한 웃픈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그럴려고 자기 세뇌한다), 여행을 즐기고, 자신도 돌아본다.
그렇게 힘들게 여행을 하면서도 그는 영수증 뒷편에, 작은 수첩에, 이 책이 될 일기를 적어나간다.
이 책의 감상을 마무리하며,
여행에 관한 이 한 줄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줄 것 같다.
- 이게 여행의 본질이다. 아프고, 낯설고, 신기하고, 불편한것, 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고 싶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