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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의 숲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8
안보윤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간 소년은 나무에 밧줄을 걸고 목을 맨다. 그 순간 소년은 알마의 숲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알마의 숲은 말 그대로 알마가 사는 숲이다. 알마와 소년은 서로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시 보면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상처 입은 모습이 너무나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유명한 청소년 상담사를 엄마로 둔 소년은 자신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아버지에게서 깊은 상처를 받는다. 소년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을지는 이 한 구절이 말해주지 않나 싶다.
소년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정작 소년은 관심 밖이었다.(p.88)
어쩌면 수많은 부모들이 이런 실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위해 사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정작 아이 본인에게는 관심을 제대로 쏟지 못하는 그런 실수 말이다.
알마는 소년과는 정반대이다. 눈물을 흘리면 죽는 희귀병에 걸린 알마는 죽지 않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 모든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간다. 그런 알마이기에 별 것 아닌 듯한 이유로 자살을 시도한 소년이 멍청하고, 어리고, 촌스럽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죽음을 바라는 소년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삶을 바라는 알마도 모두 외롭고, 아프고, 상처 입은 존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소년과 알마는 서로 많이 닮았다.
이런 아픔을 간직한 소년에게 던진 알마 삼촌의 한 마디가 마음속 깊이 남아 끝없이 울려댄다.
네가 뭘 선택하든 후회는 반드시 따라붙어. 발 빠른 놈이거든. 차라리 그놈이랑 정면으로 맞닥뜨려. 실컷 후회하고 속 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거다. (p.132)
그래, 후회할 때는 후회하더라도 가야할 길을 가면서 후회하는 거다. 그런 삶을 살 때라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어쩌면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 비겁함에 빠져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어정쩡한 경계에 머물고 있던 것은 아닐까?
140페이지 정도의 분량의 소설이 던져주는 무게는 가히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삶을 살아가는데 서투른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방향을 말하는 척 하면서 방향성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꼬집는 말도 적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내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한 아이의 엄마인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