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지적 유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 “죽은 사람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

 

책 표지에 담긴 두 문장의 홍보 문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적 유희라? 왠지 도전정신이 팍팍 솟아오른다. 도대체 어떤 수수께끼가 담겨있기에 지적 유희를 보여주는 단 하나의 소설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게다가 살짝 들려주는 내용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죽은 사람이 말을 건다니, 스릴러물을 넘어서 호러, 괴기물까지 합쳐진 내용이라는 걸까? 책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이 소설은 1960년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다. 알팔리레 가문에서 열세 살부터 가정부로 일한 멘눌라라가 죽으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알팔리레 가문의 재산을 관리했던 멘눌라라는 가문의 주치의에게 자신이 죽은 후 알팔리레 가문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편지를 받은 가문의 사람들은 재산을 관리했던 그녀가 유산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죽었기에 그녀가 남긴 편지를 통해 가문의 재산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멘눌라라는 가문의 재산을 찾길 원한다면 자신의 원하는 대로 장례식을 치러달라고 한다.

 

솔직히 이 소설은 지적 유희,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두뇌 게임 등과 같은 문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있지 않나 싶다. 멘눌라라가 죽은 후 어떤 이는 그녀를 말도 거칠고 재산도 빼돌린 마녀로 판단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녀를 착하고, 일도 잘 하고, 외모도 아름다운 인물로 평가했다.

 

동일한 사람이지만 사람마다 판단이 극과 극이었다. 이런 판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멘눌라라가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좋은 면만 혹은 나쁜 면만 보았을 수도 있다. 문득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죽기 전까지는 나에 대한 평가는 알 수 없는 것일까? 내가 생각했던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얼마나 다를까?

 

책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었지만 그보다 나 자신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크 스카프 - 최종철 에로틱 미스테리 작품집
최종철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피가 흐르는 듯한 분위기의 책표지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언가 무서운 일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한 그런 두려움이 묻어있다. 그런데 에로틱 미스테리 작품집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에로틱이라니. 미스터리와 에로틱이 어울리는 조합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바로 책장을 펼쳤다.

 

이 책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단편이기에 대단한 미스터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정말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 단편마다 탄탄한 스토리와 마지막 반전이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말처럼 추리소설이 주는 매력은 반전효과에 있다. 이런 반전효과는 장편이나 단편이나 서로 다르지 않다. 아니 반전효과는 단편소설인 경우에 더욱 효과가 크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마지막 반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물론 마지막 장면을 예측할 수 있는 단편들도 있었지만.

 

에로틱과 미스터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지워야했다. 생각해보니 수많은 범죄들이 남·녀 사이의 애정이 뒤엉키면서 일어난다. 그렇기에 에로틱한 요소는 어쩌면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각 단편들에 실린 사건들이 요즘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일상과 동떨어진 아주 무거운 소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다. 아마 신문의 사건, 사고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그래서였을까? 장면 하나 하나가 아주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서늘한 기분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기 전에 한 번은 동양고전에 미쳐라 : 지식 - 다시 시작하는 동양고전의 인문학개론 지식(知識) 지식을 베끼는 인문학 클래식
이현성 지음 / 스마트북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고전은 우리에게 인간에 관한, 삶에 관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지루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선뜻 고전에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랬다. 고전하면 따분하다는 생각에 굳이 들여다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재미있고 유익한 책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고전을 꼭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그러다 고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눈을 들어 고전을 살펴보기 시작했지만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책에서 15권의 고전을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나 간단하게 고전을 소개한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중국 고전들이 동일하게 주장하는 하나의 큰 주제, 즉 지도자론에 초점을 맞춰 각각의 고전에 대해 설명한다.

 

중국 고전은 사실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아니다. 중국 고전은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인격 형성을 위한 교양서이다. 그렇기에 각 고전들을 살펴보면 지도자로써 갖춰야 할 인격, 능력, 사상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 고전이 지도자들을 위한 기본 교양서이지만 그 내용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등등 우리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15권의 고전을 하나의 주제를 토대로 설명할 뿐 아니라 각 고전에서 말하는 명언들을 추려놓아 독자들이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볼 수 있게 하였다. 그렇기에 이 부분만 읽더라도 독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갖춰야 할 소양들이 적지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리더가 되려면 올바른 인격을 갖춰야 할 것이다. 오늘날처럼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커져가는 시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중요하다. 꼭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영성 - 영광스러운 추구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구원 그 이후의 삶은 어때야 할까? 무엇보다 분명한 한 가지는 옛 사람은 죽고 새 사람이 되었으니 새로운 사람으로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 사람이 된 우리에게 어울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이라고 말한다. 예수님은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 가운데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성품을 닮으려고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영성계발이다. 영성이란 다른 의미가 아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사실 때 그분의 삶 속에 나타난 내적 성품과 행동이다.

 

저자는 베드로의 변화된 모습을 언급하면서 우리 모두가 베드로처럼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닮아야 할 예수님의 성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2부에서 우리가 닮아가야 할 예수님의 성품 14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각 성품을 설명한 후 각 성품을 단련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내게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방법을 그저 이론적으로만 알려주지 않고 실제로 예수님을 닮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설명해주어 막막하기만 했던 나에게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게 해주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감으로써 이제 하나님이 지으신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시작해야할 영광스러운 추구, 일상영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 조한나.이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신문에서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에 돌려주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정부가 우리의 위대한 문화재를 다시 일본에 돌려준 논거는 동조여래입상이 약탈당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우리의 문화재임에도 이를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우먼 인 골드>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에 얽힌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미술에 관한 지식이 깊지 않지만 구스타프 클림트는 가장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화가라 몇몇 작품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였다.

 

소설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해방, 2부 사랑과 배신 3부 속죄. 사실 책을 읽으면서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델레가 어떤 관계인지를 그린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둘의 관계는 1부에서만 다루고 나머지는 아델레가 남긴 초상화가 히틀러의 시대에 약탈된 후 오스트리아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 이를 찾으려는 아델레 가족들의 기나긴 다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떠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전쟁은 평범한 이들에게는 악몽일 뿐이다. 전쟁을 할 때뿐 아니라 그 후에도 힘없는 백성에겐 끝없는 고난일 뿐이다. 아델레의 조카 마리아가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백미라고 한다면 초상화의 소유권을 두고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마리아의 법정투쟁이 아닐까 싶다. 비록 정당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법적인 승리를 얻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 역경을 이겨낸 마리아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리아에게서 우리 혹은 우리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정공방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리아처럼 일본이 약탈해간 문화재 반환을 위해 국가적, 개인적 차원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오래 걸리는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