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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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아오세.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건축가가 된 아오세의 삶은 그렇게 행복해보이지는 않았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버지의 일 때문에 여러 지방을 돌아다녀야했던 어린 시절도 그랬지만 가족과 헤어져 혼자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애잔해보여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딸아이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빠의 마음을 생각했을 때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졌어요.

개인적인 삶은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건축가로서의 그는 어쩌면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받을지도 모르겠네요. 전적으로 아오세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본인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인이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그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의미겠죠. 또 그렇게 지어진 집이 <200>에 소개되었으니 얼마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까요.

사건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죠. 자신과 의뢰인 모두를 만족시켰다고 생각한 집에 의뢰인이 살고 있지 않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집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아오세는 의뢰인의 가족을 추적하기 시작해요.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는 추리 소설 작가로 유명한 분인데 이 소설은 여타의 추리 소설과는 맥을 달리하는 느낌이에요. 잔혹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무언가 따뜻하고 애잔한 느낌이 계속 드는 그런 소설이지요.

다른 무엇보다 전세난이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다니 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라 소설을 읽으면서 집에 대한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 특히 아오세의 부인이었던 유카리의 집에 대한 생각이 저와 비슷해서 한 번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땅에 발을 대고 사는 그런 집을요.

따뜻한 빛이 구석구석을 감싸는 집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견이 따뜻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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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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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그런가요, 이제는 가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이네요. 서늘해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들이 가슴 한견에 자리 잡은 쓸쓸한 마음을 더욱 아련하게 만드네요. 이런 날 살짝 우울해진 기분을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 한 곡은 어떨까 싶네요.

음악 해설가 이지혜와 함께 떠나는 클래식 인문 여행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명곡들이 저자의 세밀한 해설과 함께 실려 있어요. 지금 시작된 가을에서 시작해 겨울, , 여름 순으로 이어지며 각 계절에 어울리는 곡들을 선정해 설명하고 있어요.

평소에 클래식은 챙겨서 듣는 편이 아니에요. 그저 딸아이가 피아노를 치면 듣는 정도지요. 아이가 아직 피아노를 배운 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아서 막상 아이가 치는 곡을 듣고 있어도 무슨 곡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요.

그래도 클래식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폼나게 한 번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각각의 곡들이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보여주니까 귀로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머리로 그려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어요.

책에 실린 대부분의 곡들이 처음에는 무척 낯설어 진짜 제대로 들어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첫 번째 곡인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책 한 번 읽고 다시 곡 찾아 들으면서 또 한 번 읽으면 그 재미가 정말 대단했어요.

가을에 어울리는 악기, 봄에 어울리는 악기를 소개한 PLUS 편도 굉장히 좋았어요. 클래식 악기는 그저 이름이나 외우는 정도였는데 현악기, 목관악기 등을 종류별로 나눠 설명하고 있어서 각 악기가 가진 매력을 잘 알 수 있었고 악기에 어울리는 곡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직접 듣고 느껴볼 수 있었네요.

각각의 곡들을 바로 들을 수 있게 QR코드로 덧붙였다면 더 편하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책에서 설명한 곡들을 유튜브에서 찾아 다양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어본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계절이 주는 매력에 음악의 아름다움이 더해지니까 훨씬 더 각각의 계절을 깊이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겨울, , 그리고 여름.. 음악과 함께 느끼는 계절들은 또 어떨지, 빨리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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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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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미 겐지의 단편 소설 모음집 <18, 바다로>라는 책을 읽었어요. 일본 작가의 책이 기껏해야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만 읽었기에 당연히 저자의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해 살펴보니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공동체를 중심으로 독특한 토착적 작품 세계관을 쌓았고 <서울 이야기>라는 작품을 쓸 정도로 우리나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네요. 이 책에는 작가가 18-23세 사이에 쓴 소설들을 모아놓았는데 너무나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해요.

 

 

잔혹한 젊음이라는 표현은 살짝 마음에 걸렸어요. 보통 우리가 젊음을 표현할 때는 찬란한이나 희망찬’, ‘빛나는등의 단어로 표현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왠지 잔혹한이라는 표현이 젊음을 정말 잘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그래서 더욱 아프고 슬픈 젊음의 모습을 풍기는 느낌이라서요.

 

 

이 책에는 총7편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18, JAZZ, 다카오와 미쓰코, 사랑 같은, 불만족, 잠의 나날, 바다로. 작품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으로 가득해 에너지가 넘치는 젊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내용들이에요. 때로는 잊어버린 젊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로는 바로 제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그런 모습이기도 하고요.

 

 

작품들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무언가 내용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느낌도 들고, 툭툭 던지는 저자의 화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채기도 쉽지 않았고요. 젊은 날의 뒤엉킨 생각만큼 이 소설들도 그렇게 뒤엉켜 있는 느낌이에요.

 

 

소설 곳곳에 살짝 살짝 내비치는 재즈의 모습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 소설을 이어지는 하나의 작은 연결고리 같았어요. 어렸을 때에는 재즈를 전혀 듣지 않다 최근 재즈 듣는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재즈에 담긴 감성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과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즉흥적으로 분출한다는 점에서 둘이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열여덟 살. 지나간 그 때가 생각나네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그 때가요. 저의 열여덟 살은 어땠는지 오늘 곰곰이 돌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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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한권으로 인간 심리세계를 통찰하는 심리학 여행서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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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정말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알지 못했던 모습에 당황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어쩌면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건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의 마음을 읽고 통찰하는 심리학자들의 세계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에요. 누군가의 깊은 곳에 담긴 속마음을 끌어내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아마 많은 이들이 심리학에 빠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심리학이 그렇게 쉬운 학문은 아니다보니 막상 책을 읽고 이를 응용해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은 심리학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수많은 심리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간추린 명언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심리학 이야기들 700개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누어 내면의 자신을 찾고,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을 배우고, 다른 이들의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비법을 듣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각의 파트는 가장 먼저 심리학자에 대한 짤막한 소개 이후 각 심리학자가 남긴 명언들을 우리말과 영어로 함께 보여주고 중간 중간에 해당 심리학자의 이론과 사상을 간략하게 추가로 설명해요. 많지 않은 분량이라 심리학자의 모든 생각이나 사상을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남긴 명언들을 통해 일부분이나마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맞아, 맞아를 얼마나 연발했는지 몰라요. 인간의 내면을, 아니 제 자신의 내면을 어쩜 그렇게 꼭 집어서 설명을 했는지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에요. 물론 여기에 실린 모든 말에 동감하지는 않지만요.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려는 노력이 조금만 더 이루어진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분명 모두가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거에요. 그런 사회가 올 때까지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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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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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에요. 뭐랄까?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채 오로지 피를 쫓아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모습이 그저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기도 해요.

<부산행>이나 <살아있다>처럼 영화로 본 좀비물은 장면에서 주는 잔인함이 강해서 이번에는 소설로 된 좀비물을 읽었어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추천한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라는 소설이에요. 정명섭 작가가 쓴 소설인데,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니 좀비소설뿐 아니라 역사추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쓰신 분이네요.

처음으로 읽는 좀비 소설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어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장면 하나 하나를 상상하면서 읽는 매력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요.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더위를 날릴 그런 내용이 아닐까 기대하면서요.

미국 아칸소에서 시작한 독감으로 지구는 좀비가 들끓는 곳이 되자 일부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지구를 탈출해요. 백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지구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탐사대가 지구로 향하지만 많은 탐사선들이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실제 지구에 발을 내딛은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요. 그 중의 한 명이 K-기준이 이끄는 탐사대이고요. K-기준은 좀비와의 전투 후 주변을 정찰하다 맨홀에 빠지고 그곳에서 좀비가 생기기 시작한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를 발견해요.

소설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그려낸 액자식 구성이에요. 좀비들과 전투를 다룬 이야기가 하나라면 또 다른 이야기는 일기 속에 그려진 좀비가 발생한 이유와 이에 대처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생긴 여러 가지 사람들 간의 갈등, 대립 등을 다루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어쩌면 소설 속 이야기가 결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그런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더라고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그런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나요.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어요. 아직 명확하게 답을 찾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느껴지긴 하네요. 인간이 인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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