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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평점 :
나카가미 겐지의 단편 소설 모음집 <18세, 바다로>라는 책을 읽었어요. 일본 작가의 책이 기껏해야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무라카미 하루키 정도만 읽었기에 당연히 저자의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해 살펴보니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공동체를 중심으로 독특한 토착적 작품 세계관을 쌓았고 <서울 이야기>라는 작품을 쓸 정도로 우리나라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네요. 이 책에는 작가가 18-23세 사이에 쓴 소설들을 모아놓았는데 ‘너무나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작품들이라고 해요.
잔혹한 젊음이라는 표현은 살짝 마음에 걸렸어요. 보통 우리가 젊음을 표현할 때는 ‘찬란한’이나 ‘희망찬’, ‘빛나는’ 등의 단어로 표현하니까요. 그러면서도 왠지 ‘잔혹한’이라는 표현이 젊음을 정말 잘 표현한 단어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어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그래서 더욱 아프고 슬픈 젊음의 모습을 풍기는 느낌이라서요.
이 책에는 총7편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18세, JAZZ, 다카오와 미쓰코, 사랑 같은, 불만족, 잠의 나날, 바다로. 작품마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으로 가득해 에너지가 넘치는 젊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내용들이에요. 때로는 잊어버린 젊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때로는 바로 제가 그 나이 때 그랬던 그런 모습이기도 하고요.
작품들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무언가 내용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느낌도 들고, 툭툭 던지는 저자의 화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채기도 쉽지 않았고요. 젊은 날의 뒤엉킨 생각만큼 이 소설들도 그렇게 뒤엉켜 있는 느낌이에요.
소설 곳곳에 살짝 살짝 내비치는 재즈의 모습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 소설을 이어지는 하나의 작은 연결고리 같았어요. 어렸을 때에는 재즈를 전혀 듣지 않다 최근 재즈 듣는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재즈에 담긴 감성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과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마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즉흥적으로 분출한다는 점에서 둘이 유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열여덟 살. 지나간 그 때가 생각나네요.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그 때가요. 저의 열여덟 살은 어땠는지 오늘 곰곰이 돌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