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예술 -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침묵을 배우다
알랭 코르뱅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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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고난 성격상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수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어서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소리의 홍수 속에 휩싸여 있다.

 

수많은 소음 속에서 살다보면 침묵의 순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침묵의 순간이 주는 깊은 평안함과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이다. <침묵의 예술>의 저자 알랭 코르뱅은 공간을 채운 침묵, 자연이 보여주는 침묵, 종교적인 침묵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종교적인 침묵, 묵상이라고 하는 침묵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고요한 가운데 기도하는 일이 너무나 은혜롭고 좋았던 기억이 나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개인적으로 만났던 침묵의 시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침묵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저자도 마지막 부분에서 침묵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지만 상황에 따라 침묵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침묵의 순간이 주는 유익함이 훨씬 더 큰 것만은 분명하다.

 

침묵을 다시 배우는 일은 나 자신을 되찾는 일!!!

 

이 말이 침묵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바로 침묵을 통해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든 문구 하나를 인용하고 싶다.

 

침묵은 고독과 일치하여

침묵이 없으면 고독은 무의미하다.

침묵은 단절, 초연함을 나타낸다.

자아의 망각 조건이요,

육체의 근심을 포기했다는 증거다.

무엇보다도 침묵은 기도 조건이어서

신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하게 한다.

 

수많은 소리와 소리가 얽힌 세상에서 잠시라도 침묵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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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의 눈물 - 겐요샤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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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아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든 생각이다. 평상시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역사 중에 이런 역사가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물론 소설이기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실제 역사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작가가 평생의 연구를 통해 주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역사적 사실이 아닐까 싶다.

 

소설은 일본에서 벌어진 어느 한 남자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핫도리라는 사람이 권총으로 살해당한 후 주머니에 있는 모든 것들이 탈탈 털린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핫도리의 친한 친구에게도 똑같이 발생한다. 두 사건의 연계성을 수사하기 시작한 일본 경찰과 서울 경찰은 두 사건의 진범이 겐요사의 요원임을 알게 되는데...

 

작가는 살인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설정을 시작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긴 후 유력한 용의자가 속한 조직인 겐요사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와 그에 얽힌 우리나라의 역사를 꼼꼼하게 설명한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역사를 덧입혀서인지 역사적 서술에 지루해질 수도 있는 흐름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하면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독도라는 한 영토에 대한 일본과의 분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소설은 일본에 대한 반감을 더욱 높여준다. 문제는 이런 감정적인 반응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도 문제이든, 위안부 문제이든 모든 문제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무엇이 답인지는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 인식이 그 모든 것의 기본이 되어야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다른 아픔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우리를 위해 목숨을 던진 우리의 선조를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이 땅의 역사를 이어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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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렵다
가토 노리히로 지음, 김난주 옮김 / 책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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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지는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은 건. 그의 작품을 전혀 안 읽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몇몇 대표 작품만, 그것도 제대로 집중해서 읽었다기보다는 남들이 읽는 베스트셀러니까 읽는 흉내만 낸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어려웠는지.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다. 작품의 흐름이나 가독성은 상당히 좋은데 작가의 의도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하루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일본 순수 문학계의 계보를 잇는 하루키가 일본 내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지에서도 문학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 하루키의 문학적 위상을 제대로 알리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시간 순으로 분석해서 부정성의 해방, 자석이 작동하지 않는 세계에서, 어둠 속으로라는 꼭지 아래 각 작품들이 문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비록 저자가 분석한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설명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하루키의 데뷔작이 ‘긍정적인 것을 긍정하는 최초의 작품’이면서 ‘부정성에 대한 부정이 작품 속에서 비애를 띄고 있었다’는 점이 하루키를 세계적인 문학가로 세운 이유라고 말한다.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었다.

 

하루키의 작품은 그 후 개체, 쌍,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그 후 하루키는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 보통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루키 작품을 읽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내게 이 책은 하나의 이정표 같다. 데뷔작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루키의 작품 세계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그 흐름을 짚어볼 수 있었고,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읽어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평가대로 하루키가 일본 문학 아니 세계 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지만 새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평가해보고 싶은 마음은 든다. 그가 대중적인 인기만을 끌어내는 그저 그런 소설가인지, 세상의 이면을 속속들이 그려낸 위대한 문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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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찰스 디킨스 지음, 정의솔 옮김 / B612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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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찰스 디킨스. 그에게 유작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 유작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도. 찰스 디킨스라고 하면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등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리면서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한 작가로만 알고 있었기에 그가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는 실제 영국 로체스터에서 발생한 삼촌이 조카를 살해한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대표적인 악인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존 재스퍼를 등장시켜 인간의 악함을 드러내고자 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미완의 작품이라 디킨스가 존 재스퍼를 어떤 존재로 그려내려고 했는지를 알 수 없기에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완의 작품이기에 여러 작가들이 디킨스를 기리는 마음으로 나름의 결말을 그려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 역시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책 후반에 실린 <삽시 미완의 원고>와 <작가창작노트>를 참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완결이 되지 않으면 드라마이든 만화책이든 결코 읽지 않는 성격이지만 이 작품은 결말이 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찰스 디킨스라는 거장의 숨결이 담긴 작품이라 그래서였을 수도 있지만 <작가창작노트>가 결론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는 점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언젠가는 한 번쯤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서였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거장의 창작노트를 보면서 준비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 내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물론 언제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고 자신만의 결말을 맺어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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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김주욱 지음 / 황금테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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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욱 작가의 소설집 <허물>. 소설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허물’과 함께 ‘아무나 지을 수 없는 밥’, ‘추억의 여자만’, ‘한 가닥의 터럭’, ‘개새끼’, ‘고백’, ‘우리 사이’이라는 제목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단편은 단연 ‘개새끼’이다. 물론 소설의 제목과 같은 ‘허물’도 무슨 내용일지 상당히 궁금했지만 제목으로 쓰기에는 좀 그런 단어인 ‘개새끼’가 눈에 보이자마자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강한 제목을 사용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개새끼의 의미는? 우리가 정말로 화날 때 누군가를 향해 쓰는 그 말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삶을 그린 ‘개새끼’는 엄마의 동거남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개새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이 말에 담겨있다. 물론 엄마가 그를 부를 때도 그렇고. 엄마에게 개새끼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개새끼’에 이어 눈길을 끈 작품은 ‘허물’이다. 스노우 콘 스네이크를 키우며 미장원을 운영하는 여자의 심리를 기막히게 묘사한 작품인 허물은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을 뒤덮은 고통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나도 허물을 벗으면 새롭게 탄생하리라는 기대감이 생겼다.(p.212)

 

스노우 콘 스네이크를 키우는 박원장은 성폭행을 당한 아픔을 간직한 여성이다.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가슴 한 견에 간직한 채 삶을 살아간다. 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누군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 무너져 내리는 아픔이라는 허물을 덮어쓴 채 살아간다. 이런 허물을 벗어던지지 못해 그저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뱀은 허물을 벗지 못하면 비늘이 단단하게 굳어 버려 결국 죽게 된다.(p.215)

 

고독과 존재의 이야기를 던지는 작가의 화두가 쉽지만은 않지만 이 시대의 모습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도에 깊은 사색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금 나는 어떤 아픔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홀로 외로워하지는 않는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허물을 벗고 나를 올바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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