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김주욱 지음 / 황금테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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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주욱 작가의 소설집 <허물>. 소설집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허물’과 함께 ‘아무나 지을 수 없는 밥’, ‘추억의 여자만’, ‘한 가닥의 터럭’, ‘개새끼’, ‘고백’, ‘우리 사이’이라는 제목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단편은 단연 ‘개새끼’이다. 물론 소설의 제목과 같은 ‘허물’도 무슨 내용일지 상당히 궁금했지만 제목으로 쓰기에는 좀 그런 단어인 ‘개새끼’가 눈에 보이자마자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강한 제목을 사용했는지 너무 궁금했다.

 

개새끼의 의미는? 우리가 정말로 화날 때 누군가를 향해 쓰는 그 말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삶을 그린 ‘개새끼’는 엄마의 동거남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엄마와 함께 살기 시작한 개새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이 이 말에 담겨있다. 물론 엄마가 그를 부를 때도 그렇고. 엄마에게 개새끼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개새끼’에 이어 눈길을 끈 작품은 ‘허물’이다. 스노우 콘 스네이크를 키우며 미장원을 운영하는 여자의 심리를 기막히게 묘사한 작품인 허물은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을 뒤덮은 고통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나도 허물을 벗으면 새롭게 탄생하리라는 기대감이 생겼다.(p.212)

 

스노우 콘 스네이크를 키우는 박원장은 성폭행을 당한 아픔을 간직한 여성이다.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가슴 한 견에 간직한 채 삶을 살아간다. 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누군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 무너져 내리는 아픔이라는 허물을 덮어쓴 채 살아간다. 이런 허물을 벗어던지지 못해 그저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뱀은 허물을 벗지 못하면 비늘이 단단하게 굳어 버려 결국 죽게 된다.(p.215)

 

고독과 존재의 이야기를 던지는 작가의 화두가 쉽지만은 않지만 이 시대의 모습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도에 깊은 사색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금 나는 어떤 아픔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홀로 외로워하지는 않는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나는 허물을 벗고 나를 올바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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