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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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첫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을 읽었어요. 제목을 보면서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누구나 살다보면 한두 가지의 상처는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영혼은 죽음 이후에 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작가의 글들이 궁금했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요.

 

작가의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상처 없는 영혼이 없다는 생각은 맞지만 상처 없는 영혼으로 살아가는 노력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작가가 쓴 글들 곳곳에서 그런 노력을 보았거든요. 사랑, 그리움, 자연 등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들 말이에요.

 

그 중에서도 사랑은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모든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작가도 이렇게 얘기해요. 사랑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요. 그러면서 또 이렇게도 얘기해요. 사랑,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은 신비에 가까운 축복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사랑은 참으로 드물다고요.

 

작가가 올바른 사랑이 드물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올바른 사랑이 드문 이유는 사람들이 악해서라기보다는 약해서라고요.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약하기 때문에 올바른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기도 하는 것이라는 말.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 문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작가의 마지막 말로 이 글도 마무리하고 싶어요. 내 자신에게 주고 싶은 말이거든요.

 

그러니 부디 사랑하기로 해요. 먼저 언니 자신의 헝클어진 마음과 몸을. 그러고 나면 돌파할 기력이 우리에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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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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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으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유토피아>를 읽었어요.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라는 책 제목이 풍기는 이미지보다는 표지에 실린 ‘선의는, 악의보다 무섭다’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다가왔어요. ‘선의가 악의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항구 도시 하나사키 초와 그곳에 형성된 예술촌의 이미지는 남편 외가가 있는 통영(예전 충무)가 생각나게 했어요. 그곳 이미지에서 딱 아름다운 항구 도시와 그 속에 덧입힌 예술적 느낌이 강하게 풍기거든요.

 

작가는 스미레, 미쓰키, 나나코. 세 여성을 둘러싼 일들을 토대로 그녀들의 생각과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과연 선의로 시작한 일이 어떻게 악의로 변해 가는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무엇인지, 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가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이들을 보면서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인지 생각해 보았어요. 스미레처럼 자신의 일에서 무언가를 이루는 꿈을 꾸는지, ‘딸’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한 미쓰기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딸에게 맞춰진 삶을 사는 ‘나나코’와 같은지. 글쎄요, 이런 생각은 들어요.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는 그 시간이 오히려 그곳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선’과 ‘악’의 경계는 그렇게 딱 부러지게 구별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때로는 선한 생각도 처음과는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유토피아는 처음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것, 그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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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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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다보면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 일상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건이 터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요?

 

프랑스 파리, 바티뇰 대로 73번지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는 만체보씨에게 바로 그런 일이 생기게 되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늘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만체보씨에게 앞 건물에 사는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그를 감시해달라고 부탁해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아들인 만체보씨는 그를 감시하기 시작하면서 자신 주변에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요.

 

한편 이혼을 한 후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기자인 ‘나’는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계신가요’라는 남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한 후 생각지도 못한 일을 맡게 된다. 엉겁결에 맡은 일을 하면서 매일 꽃다발을 받게 되고 이를 무덤 앞에 놓으면서 또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다.

 

소설은 만체보씨와 나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주면서 흥미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만체보씨와 나와의 만남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결론을 마주하게 되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읽는 내내 커져가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일상의 평범함에 새로움을 던져주면서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재미난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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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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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참 이상하네요. 여태 무당이 굿하는 걸 직접 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 어렸을 때 드라마였는지 영화였는지에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건 같아요. 굿이나 무당과 같은 걸 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굿이나 무당을 비이성적인 미신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요? 무당이 대접받는 세상이었을까요? 정미경 작가의 <큰비>를 읽어보면 그렇지 않았어요. 곰곰이 따져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겠네요. 유교가 근본이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무당이나 굿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이런 시대적 상황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무당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 <큰비>에요. 소설의 주인공인 원향을 중심으로 역모를 일으킨 그네들의 이야기에요. 이 소설은 조선 숙종 시대에 있었던 무당들의 역모 사건을 중심으로 무당들이 역모를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인 작품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큰비가 온 후 한양으로 들어가고자 한 원향은 용녀로 역모의 주역이 되죠. 하지만 그녀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은 칼을 이용한 역모가 아니에요. 영적인 힘을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왜 큰비가 꼭 내려야 할까요? 성경에서 말하는 노아의 홍수가 떠올랐어요.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세상을 큰비로 쓸어내리셨던 것처럼 비에는 무언가를 쓸어내리는 힘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물론 큰비는 현실적이지 않은 관념적인 것일 수도 있어요. 여환이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것처럼요.

 

여성, 약자에 대한 차별이 그 어떤 때보다 심했던 조선시대에 상놈이 양반되는 세상을 꿈꿨던 이들. 이들의 역모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들의 마음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자신만의 하늘을 열라고 말한 하랑의 말처럼 원향도 여환도 그들 각자가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첫 걸음 내디뎠으니까요.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소설이었어요. 아마 원향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나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분노와 원망이 아니라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그런 세상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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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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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기대하긴 했지만 이런 결말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뭐라고 할까? 팩트를 기대했는데 픽션으로 들어간 느낌? 짜릿하다는 느낌보다는 조금은 허무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그런 소설이에요.

 

소설은 데이비드를 사이에 두고 루이즈와 아델의 생각을 번갈아 들려주면서 진행돼요. 중간 중간에 과거의 사건들 이야기를 집어넣어 현재 일어나는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고요. 두 사람의 생각이 번갈아 교차되는 만큼 작가가 그들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요.

 

바에서 만난 데이비드가 새로 온 직장 상사임을 알게 된 루이즈.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에 그녀는 당황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가죠. 데이비드의 아내인 아델과 우연히 만나 점점 더 친한 친구 관계를 맺게 되니까요. 루이즈는 아델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비드와 관계도 정리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들고 말죠.

 

두 사람과 친해지면서 루이즈는 그들 부부의 관계가 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아내 아델을 대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기 때문이죠.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루이즈는 점점 데이비드를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하게 되요.

 

데이비드가 아델을 구한 사건부터 롭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사건과 아델과 루이즈의 관계, 데이비드와 루이즈의 관계를 통해 이어지는 현재의 사건이 교묘하게 교차되면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고 아델이 루이즈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결말은 무엇인지 독자의 궁금증을 더욱 크게 만들어요.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아델과 루이즈의 심리묘사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구성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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