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 테오의 13일
로렌차 젠틸레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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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같은 아이가 있다면 부모가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부모님이 싸우는 날은 굉장히 위축되고 무섭고 어딘가에 숨어있고만 싶었다. 부모님들께 싸우시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왠지 나서서 말할 수는 없고. 참 힘들었던 기억이다.

 

우리 딸 아이도 태오와 같을까? 아마 그렇겠지. 만약에 나랑 남편이랑 소리 높여 싸워 아빠는 밖으로 나가 버리고 엄마는 계속해서 울고만 있다면 우리 아이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횟수로 5년째이지만 아직까지 남편과 크게 싸워본 적은 없다. 또한 아이가 있는 앞에서는 더 조심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성을 넘어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늘상 다투는 부모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던 여덟 살배기 테오는 어느 날 부모님이 선물로 주신 <나폴레옹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다가 나폴레옹이 모든 전투에서 이긴 사람이라는 글을 읽는다. 부모님을 구하는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폴레옹을 만나려고 했던 테오는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사람을 알고 어떻게 해야 그를 만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테오는 지옥과 천국, 환생, 마이너스 개념 등 스무고개 놀이를 하듯 나폴레옹을 찾아 헤매다 결국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즉 자신도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죽음을 통해 나폴레옹을 만나고자 하는 테오는 이미 세상을 떠난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을까?

 

엉뚱하면서도 천진한 테오의 모습 속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깊게 전해졌다. 이런 아이의 마음이 자신을, 또한 함께 지내는 가족을, 결국에는 세상 모두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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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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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경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폴 크루그먼이 미래의 세계 경제를 전망한 <불황의 경제학>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경제학 책이라 약간 꺼려지기도 했다. 평상시에 경제와 관련한 내용들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읽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관련 서적들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렵지 않은 언어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은 수많은 경제 도표,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은 책이기에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사례를 든 후 현실 상황의 복잡다단한 모습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부분에서 이 사례를 이용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물론 모든 부분이 다 쉬웠다고는 할 수 없다. 쇼트포지션, 롱포지션 등 몇몇 용어들은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은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은 태국을 기점으로 인도네시아, 우리나라 등이 겪은 IMF가 과연 어떻게 해서 발생하게 된 것인지, 멕시코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아르헨티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원인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말레이시아 총리 마하티르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물론 이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주장이 아니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공급 중시 경제학, 잘못된 정책(신뢰 게임), 도덕적 해이 등이 바로 그 원인이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현재 전 세계의 경제가 비록 공황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불황이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저자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처럼 앞으로의 경제 문제는 국가만의,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주체이기도 한 개인들인 자신의 문제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경제 관련 서적을 읽고 무언가를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켜 직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 수는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으로,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으로 적극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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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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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헤르만 헤세의 사랑, 그가 결혼한 여인들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헤세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무언가에 구속 받고 싶어 하지 않는 헤세의 마음도 일견 이해가 되지만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여인들의 마음도 당연하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헤세는 여전히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헤세의 작품들을 읽으며 감수성 넘치는 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헤세는 과연 어떤 책들을 사랑했을까? 그가 좋아한 작가들은 누구였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이다.

 

이 책은 Part 1. 그토록 가지고 싶은 책들, Part 1.5 작가들에 대한 기억, Part 2 동양을 향하는 눈길 등으로 구분해서 헤세가 쓴 3000편의 서평 중에서 73편을 골라 수록하였다. 서양과 동양을 넘나들며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헤세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헤세가 추천한 작품들 중에는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상당이 많았다. 이 책에 수록된 각 작품에 대한 헤세의 서평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들이 커져갔다. 그 중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예전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읽을 기회가 없던 책이었는데 헤세의 안내를 받은 지금 그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헤세가 추천한 작품들 중에는 서양 작품뿐 아니라 중국의 공자의 <<대화>>(논어를 번역한 제목), 인도의 바가바드기타, 일본의 동양의 이상 등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작품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작품들이 이들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러다 내가 읽어본 우리나라 고전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언뜻 떠오르는 작품이 없었다. 목민심서 정도가 떠올랐지만 그것도 소설로 각색한 책을 봤을 뿐이다. 그 나라 국민들도 읽지 않는 고전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서 읽을까? 아마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다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튀긴 했지만 고전, 특히 우리 고전에 대한 생각을 다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헤세가 추천한 책도, 우리 고전도 모두 열심히 읽어야겠다. 그 언젠가 헤세와 같은 작가가 우리 고전을 추천하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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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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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낙제는 아니다. 학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다른 모든 점수들을 깎아 먹는 성적. 오죽 했으면 F를 받는 게 더 낫다는 그 D-. 그렇기에 누군가는 계절 학기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성적표에서 이 학점을 없애려고 애를 쓴다. 성적은 수업을 다시 들어서라도 돌려놓을 수 있지만 누군가 당신 인생은 디 마이너스 인생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작가가 소설에서 그린 시대는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보다 조금은 세월이 흐른 뒤이다. 나는 아마 현승과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태의나 미쥬, 대석, 진우 등과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쩌면 너무나 밋밋한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했다는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역사 속에서 삶을 이어왔으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154편의 에피소드들이 엮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이 직접 그 속에서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그러다 보니 소설이면서도 삶의 기록이 담긴, 내 주변 사람들의 육성이 담긴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때로는 아픔으로, 때로는 실망을 넘어선 절망으로. 그래서일까? 사회가 지닌 부조리를,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신과 아픔을,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압박에 어쩌면 너무 쉽게 무너지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던 이야기들을 어느새 내 삶 한 가운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살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얽매여 이전에 꿈꾸었던 세상이나 나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때로는 진짜로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던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나를 일깨워주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나는 지금 이전의 내 삶을 잊어버린 채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 책으로 손아람 작가를 처음 접했지만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의 다른 작품들인 <소수의견>,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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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채운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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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걸작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었다. 책 내용 중에 위대한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걸작은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그 책의 저자는 걸작을 결정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평가, 학자, 독자, 그리고 저자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책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림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철학을 담은 그림>의 저자 채운님의 글을 보면서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고, 이런 생각들이 또한 그림에 더 많은 의미들을 부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철학도 그림도 잘 모르지만 이 글을 보면서 그림 속에 담긴 삶의 모습들이, 삶에 대한 사고들이 깊이 다가왔다.

 

책 속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 예전부터 알았던 작품은 거의 없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작품들을 다시 보니 그 속에 담긴 화가의 속삭임이 내 귓속에서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저자의 생각과 다르게 보인 작품들도 있었다. 책과 마찬가지로 그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까.

 

그 중에서 뭉크의 그림 속 남자와 여자는 연인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힘들어하는 아버지의 모습. 물론 화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저자의 말처럼 연인 사이에 생긴 후회의 모습일 수도 있고, 부녀간의 아픔일 수도 있고. 그 의미가 무엇이든지 그 속에는 사람이, 사람 간의 관계가, 아픔이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림 속에는 인간과 인간들이 살아가는 삶, 즉 철학이 담겨있다.

 

그림은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우리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속에서 자신을 오롯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이 책을 한 번 들쳐보기 바란다. 그림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즐거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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