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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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낙제는 아니다. 학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다른 모든 점수들을 깎아 먹는 성적. 오죽 했으면 F를 받는 게 더 낫다는 그 D-. 그렇기에 누군가는 계절 학기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성적표에서 이 학점을 없애려고 애를 쓴다. 성적은 수업을 다시 들어서라도 돌려놓을 수 있지만 누군가 당신 인생은 디 마이너스 인생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작가가 소설에서 그린 시대는 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보다 조금은 세월이 흐른 뒤이다. 나는 아마 현승과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태의나 미쥬, 대석, 진우 등과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쩌면 너무나 밋밋한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했다는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역사 속에서 삶을 이어왔으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154편의 에피소드들이 엮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이 직접 그 속에서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그러다 보니 소설이면서도 삶의 기록이 담긴, 내 주변 사람들의 육성이 담긴 살아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때로는 아픔으로, 때로는 실망을 넘어선 절망으로. 그래서일까? 사회가 지닌 부조리를, 인간관계에서 오는 배신과 아픔을,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압박에 어쩌면 너무 쉽게 무너지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시선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던 이야기들을 어느새 내 삶 한 가운데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살다보니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얽매여 이전에 꿈꾸었던 세상이나 나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때로는 진짜로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던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나를 일깨워주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나는 지금 이전의 내 삶을 잊어버린 채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 책으로 손아람 작가를 처음 접했지만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의 다른 작품들인 <소수의견>,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는 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조만간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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