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의지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6
황현진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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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라고 하는 표현을 보면 아무래도 지구와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달이 항상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달의 의지>라는 책 제목에서는 달이 무언가 지구에 예속되지 않은 자기만의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연 달에게 어떤 주체성이 담겨있다는 말일까??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인 황현진 작가의 <달의 의지>는 오래 된 연인인 와 한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많은 연인들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무뎌지고 서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별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 둘의 관계는 초승달-반달-보름달-반달-초승달-그믐달로 이어지는 달의 주기처럼 그렇게 일반적인 연애 과정에 맞춰 진행된다. 이 둘의 관계에서는 작가가 말하는 달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둘의 관계보다는 그 후에 이어지는 에그와의 관계에서 달의 의지를 찾아보아야 하는 걸까?

 

한두와 헤어진 후 그녀는 노래보다는 살아온 인생사로 더욱 유명해진 가수 에그를 인터뷰한다. 전 남친 한두와 비교하며 에그를 만나던 그녀는 그의 굴곡진 인생사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그에게 빠져들어 에그가 흔드는 대로 끌려 다니고 만다. 이런 그녀에게 어떤 의지가 있는 것일까? 에그의 과거를 들으며 이제 불행한 과거로 변해버린 한두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찾은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달의 의지라는 의미보다 에그에게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결코 지구를 떠나지 못한 채 그 주위를 다시 맴도는 달의 모습을 보았다. 물론 에그와 그녀의 관계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아 이런 생각이 너무 앞서나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거리를 두든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든지, 혹은 완전히 궤도를 벗어나든지.. 그 어떤 결정도 결국은 자신의 의지인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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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배신 - 실미도에서 세월호까지, 국민을 속인 국가의 거짓말
도현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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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국가는 어떤 것일까? 그저 살아가는 한 공간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민은 단순히 국가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일까? 일반적으로 국가를 말할 때 국민, 영토, 주권의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국민을 국가가 배신했다고 한다면 그 국가는 이미 국가로써 성립할 요건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결국 국민을 배신한 국가는 국가가 아닌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는 내게, 우리 부모님께, 그들의 부모님께 어떤 배신행위를 했을까? 아니 그 전에 배신은 어떤 의미일까? 국어사전에서는 배신을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국민들의 믿음과 의리를 저버린 행위가 배신인데 이런 배신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저자는 이승만 대통령의 거짓 라디오 방송에서 2014년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을 절망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국민을 대상으로 행한 10가지의 사건을 들려준다.

 

암담하다. 10가지 사건을 읽고 나면 이런 느낌이 안 들 수가 없다. 도대체 이런 국가를 어떻게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믿음과 의리를 준 국민은 잘못이 없는가 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믿을 만한, 의지할 만한 사람을 믿고 의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그건 바로 국민의 잘못 아닐까?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믿을 만한, 의지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습관적으로, 무언가에 세뇌된 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사람들이 또 다시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잘못된 길을 가며 국민을 농락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국민이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국가는 국민을 아끼고 보호하고 이끌어주어야 하는 조직이 아닌가? 가장 기본적인 이런 일조차 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 조차 없는 무용지물이 아닌가?

 

문제는 앞으로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2014년에도 여전히 국가는 국민을 속이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국민이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 더 이상 국가가 국민을 속일 수 없도록 말이다.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이제는 국민 스스로 행동해야 할 때이다.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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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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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을 때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잘 못 읽어서 힐데가르트 마이스너가 아니라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창피하다). 그래서 무언가 여자 주인공에게 부족한 면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나보다 생각했다. 물론 그건 아니었다.

 

완전범죄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힌다는 책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1부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전개가 일어나지 않아서 도대체 이 책을 추리소설로 분류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2부로 넘어가면서 소설은 점차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타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니면 시대적 차이인가?

 

2부 중간에 들어서면서 범죄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것도 범인의 입술을 통해서. 그렇지만 범인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힐데가르트의 감정에 몰입해서 그런지 범임의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이쯤 되면 책의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번역일로 살아가는 힐데가르트는 34살의 어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아름다운 미혼 여성이다. 어느 날 신문에 실린 공개 구혼 공고를 읽고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녀의 편지에 코트다쥐로(프랑스의 유명 휴양지)로 초대하는 편지와 비행기 표를 받은 힐데가르트는 그곳으로 가서 답장을 보낸 안톤 코르프를 만난다. 그런데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결혼 대상자가 아니다. 안톤 코르프는 그녀를 억만장자인 칼 리치먼드와 결혼시킨 후 유산으로 받을 자신의 몫을 더 챙기려는 칼의 비서이다. 안톤 코르프는 힐데가르트를 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시킨 후 그녀를 칼의 간호인으로 고용한다. 칼을 만난 힐데가르트는 능력을 발휘해 그의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리는데....

 

어느 정도 소설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장치들이 중간 중간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을 때 그렇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권선징악의 결말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였을까, 결국 악이 승리하는 모습에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결말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힐데가르트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꿈에 젖어 사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기에 그녀가 그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내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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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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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덜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선로에 묶인 사람들과 한 사람의 뚱보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처음 들었다. 샌덜 교수의 책에서는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과연 이 문제에 정답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그저 사유적인 실험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실제 현실에서도 똑같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의 두들버그 공습에 대처한 처칠의 결정, 2002년 독일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 사건 등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내 입장을 정확하게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면에서는 다수를 위한 선택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면에서는 그 어떤 논리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DDE(이중 효과의 원리)라는 측면에서 의도함과 예측함에 따른 결정이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견 이런 윤리적 사유가 정말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트롤리 사유를 거부한 철학자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유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것은 정의, 윤리, , , 가치의 순위 등 평상시에는 어쩌면 저 멀리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것들이 이런 사유를 통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겐 정답이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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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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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는 러시아 정치인이자 작가인 실존 인물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인생을 추적한 소설이다. 그런데 내가 상식이 부족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리모노프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별다른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기에 같은 나라 사람도 아닌 프랑스 작가가 그의 인생을 소설로 쓰고자 했을까, 궁금증이 넘쳐났다.

 

리모노프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선뜻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인물이다. 우크라이 출신의 깡패, 맨해튼의 거지, 억만장자의 집사, 파리의 인기 작가, 사병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에는 무법자 청년들을 이끄는 늙은 보스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지, 이렇게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살 수 있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누군가는 그를 인종지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자신이 추구하는 길에서 물러서지 않는 약간의 똘끼가 느껴지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 그러면서 어떤 때는 너무나 낭만적인 모습을 가진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안나 폴리코프스카야나 옐레나 보네르와 같은 지성인들이 그들을 위대한 전사로,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었을까?

 

소설이지만 실존 인물의 이야기이다 보니 소설 곳곳에 역사적 사실들이 수없이 펼쳐지며 소련의 급작스런 해체와 공산주의 붕괴 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다. 그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내게 이 책은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해체된 과정과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갔던 러시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쉽게 쓴 작가의 역량과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아니 내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리모노프라는 인물의 삶이 그려진, 소설인 듯, 전기인 듯 그 정체가 알송달송한 책이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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