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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읽을 때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잘 못 읽어서 힐데가르트 마이스너가 아니라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읽었다(아, 창피하다). 그래서 무언가 여자 주인공에게 부족한 면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나보다 생각했다. 물론 그건 아니었다.
완전범죄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힌다는 책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1부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전개가 일어나지 않아서 도대체 이 책을 추리소설로 분류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2부로 넘어가면서 소설은 점차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타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니면 시대적 차이인가?
2부 중간에 들어서면서 범죄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것도 범인의 입술을 통해서. 그렇지만 범인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힐데가르트의 감정에 몰입해서 그런지 범임의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이쯤 되면 책의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번역일로 살아가는 힐데가르트는 34살의 어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 아름다운 미혼 여성이다. 어느 날 신문에 실린 공개 구혼 공고를 읽고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녀의 편지에 코트다쥐로(프랑스의 유명 휴양지)로 초대하는 편지와 비행기 표를 받은 힐데가르트는 그곳으로 가서 답장을 보낸 안톤 코르프를 만난다. 그런데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결혼 대상자가 아니다. 안톤 코르프는 그녀를 억만장자인 칼 리치먼드와 결혼시킨 후 유산으로 받을 자신의 몫을 더 챙기려는 칼의 비서이다. 안톤 코르프는 힐데가르트를 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시킨 후 그녀를 칼의 간호인으로 고용한다. 칼을 만난 힐데가르트는 능력을 발휘해 그의 마음을 서서히 무너뜨리는데....
어느 정도 소설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장치들이 중간 중간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을 때 그렇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권선징악의 결말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였을까, 결국 악이 승리하는 모습에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결말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힐데가르트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꿈에 젖어 사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기에 그녀가 그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내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