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참 성실하다. 

아이는 참 욕심도 많다. 

아이는 참 고집스럽기도 하다. 

무엇하나 게으른 법이 없고, 무엇하나 대충하는 법이 없고, 무엇하나 열심이 아닌법도 없다. 

지켜보는 엄마는 맘이 아프다.   

9월엔 도대표로 서울서 열리는 글짓기대회에 갔다. 

10월엔 학교독서토론대회를 준비하고, 

학교대표가 되어 시대회를 준비했다. 

중간고사날짜와 이틀사이라 참 바빠보였다. 

혼자준비하느라 애쓰는게 안타까워서 슬쩍 물어본다. 

"엄마가 안 도와주는거 섭섭하지 않니?" 

"아니, 혼자서 잘 해나가고 있는 내가 스스로 뿌듯한데.." 

참 자존감이 강한 아이의 뻔한 대답이다. 

중간고사 결과가 어제 나왔는데 올백이란다. 

"엄마, 두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했는데도 결과가 좋아서 더 기뻐. 나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겼달까.." 

이렇게 말한다. 

어제 저녁엔 마지막으로 6개의 입론과 최종변론과 반박질의 원고를 마무리하느라 12시가 되어서 

야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 

일상에 지친 엄마는 막내를 재우다 잠들어버렸다. 

늘 무심한 아빠지만 큰딸의 늦은밤 홀로준비가 안타까웠던지 잠드는걸 보고 잤단다. 

무심한 아빠는 겉모습이지 속마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늘 "조금만 하지..천천히 하지..그만하면 됐다.."를 입에 달고 사는 아빠지만 한결같이 지켜보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대회날인 오늘 아침엔  무심한 척 옷을 골라줘 본다. 

아이의 자립심과 의견을 존중한다는 미명아래 늘 지켜보기만 하는 엄마가 

오랜만에 옷코디에 신경을 써주니 은근 좋은 모양이다. 

거울앞에 서서 마음에 든다며 배시시 웃는 모습이 눈부시다. 

아이는 그렇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저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릿하고 눈에 물기가 촉촉히 고이게 예쁜 내딸은... 

14개월에 연년생 동생을 봐서 

너무 일찍 큰아이 취급을 받았고..너무 일찍 양보를 배웠고..너무 일찍 엄마를 빼앗겨서 

참으로 애잔한 나의 큰딸은 그리 눈부시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말했다. 

"넌 최선을 다했고..열심히 하면서 많은 것을 이미 얻었고..그걸로 됐어. 너무 애쓰지 마라." 

"엄마, 나는 조건이 더 좋아. 작년에 한번 경험했잖아. 헤헤" 

아이의 어디에도 스트레스나 긴장감은 없어보인다.겉으로는... 

그렇지만 왜 긴장감이 없고 스트레스가 없으리..  

 아이가 사는 세상이 나보다 훨 커 보인다. 

자기에게 온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자기를 떠난 결과에 대해선  쿨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준비하면서도 늘 여유롭다.  

엄마인 나는 한가지 과제가 주어지면 모든 신경이 그곳에 올인되어 한없이 예민해지는데.. 

아이는 엄마를 닮지 않았다. 감사하게도..참으로 감사하게도.. 

너무나 예쁘게 자라주어 두번도 말할 것이 없는 

정말로 이아이의 엄마라 참 좋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하는 고마운 나의 딸을 여기다 내놓으 

니 자꾸만 자랑질 같아진다. 

그러나 

나의 가슴엔 언제나 아픈딸이다.. 더많이 안아주지 못해서..더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연년생  

동생에게서 엄마를 찾을 즈음엔 때아닌 늦둥이 동생이 찾아와서..이아이에게 집중해 줄수가 없 

었다. 이런 엄마의 안타까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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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2010-10-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내 아이"는 기쁨이고 아픔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