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무명이 ㅣ 손잡는 나무
신여랑 지음, 클로이 그림 / 씨드북(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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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서천꽃밭 무명이다. 서천꽃밭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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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꽃밭은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에 있는 인간이 쉽게 발 디딜 수 없는 하늘 세계 서천서역에 있는 꽃밭이다. 이 꽃밭은 삼신할미가 아기를 점지하기 위해서 꽃을 심으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기를 잉태 시키는 꽃을 생불꽃이라고 하는데 동쪽 푸른 꽃으로 점지하면 아들, 서쪽 하얀 꽃으로 점지하면 딸이라고 한다. 북쪽 검은 꽃을 점지하면 단명하고, 남쪽 붉은 꽃으로 점지하면 장수하며 황색꽃으로 점지하면 출세를 한다고 하니 건강한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정성들여 삼신할미에게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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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무명이에 대한 이야기다. 무명은 이름이 없다는 뜻이니, 그 사연이 궁금해진다. 꽃밭에 있는 아이가 왜 이름이 없을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걸까? 죽었다면 이름이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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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 살때 알았던 사람 눈에만 보인다. 무명이는 귀신이고 오래전에 죽었다. 백발노인이라면 모를까, 여자 아이가 무명이를 알리 없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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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는 죽은 아이였다. 왜 이름이 없지? 언제 어디서 죽은 누구인지도 몰라서 무명이었다. 무명이의 동자꽃은 피지 않았다. 이유가 이름을 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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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차사는 이미 혼령이 된 자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다. 이름책에 누군가 저승으로 갈 날이 새겨지면 삼차사가 그날짜에 맞춰 이승으로 찾아가 혼령을 거두어 온다. 목숨이 다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죽는 날짜가 적힌다. 그런데 그때는 날짜가 적히기도 전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속속 생겨났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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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이는 1949년 1월에 죽은 아이이다. 그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하고 1년째 된 날이다. 단독정부수립 반대 및 공산당과의 충돌로 인해 정부가 미군정과 함께 무력진압으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사건이 제주4.3사건이다. 무명이는 바로 그 사건의 희생자였던 거다. 작가는 제주 4.3 사건 희생자 각명비를 보고 이 이야기를 생각해 냈다 했다. 이름이 없어서 동자 꽃을 피우지 못한 무명이는 서천꽃밭에서 아무리 탁월해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자신이 속상했고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큰년이(첫째딸)"를 찾아 이승으로 온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는 여리의 할머니인 "큰년이"를 만났다. 그래서 큰년이에게 불렸던 "족은년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이야기 듣게 된다. 차사와 함께 무명이는 돌아가고 무명이가 본인 이름은 족은년이 무명이라고 하면서 동자꽃이 핀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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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영문도 모르고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강제로 학살당한 사건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금껏 몰랐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무명이의 이름 찾기 위한 여정이 숨가쁘게 펼쳐져서 한호흡에 책을 후루룩 넘겼다. 책은 끝까지 보는 내내 구체적인 사건 명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그 날의 놀람과 가슴먹먹함, 당황스럽고 억울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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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설화와 함께 어울어진 이야기가 그림책 처럼 펼쳐졌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편안함은 과거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이 고생해서 쌓아올려준 감사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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