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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의 비밀 ㅣ 바일라 24
문부일 지음 / 서유재 / 2025년 8월
평점 :
헤이그 특사.황제의 밀명. 이준, 이상설, 이위종 3명의 특사가 조선에서 시베리아 황단 열차를 타고 그 멀리 네덜란드 헤이그까지의 만국평화회의 참석을 위한 이야기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꼭 배우게 되는 이야기다.
이 여정에 가상의 인물인 용남이와 소피아라는 모자가 함께 한다는 이야기다.
고종황제의3명의 특사가 헤이그까지 가는동안 수 많은 사람의 도움과 그들의 노력과 의지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하나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가의 상상력과 가상인물인 용남이와 소피아로 인해 한편의 영화처럼 와 닿았다. 그들의 간절함이 너무 절절 하지 않고 담백하고 담담히 전달이 되어서 마음이 더 짠했다.
역사 수업을 진행할때 가능하다면 학생들과 함께 읽어볼 책으로 추천한다.
역사와 관련된 영화도 많은데, 이 책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럴듯하게 접근해 주어서 감사했다.
용남이처럼 독립이 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하나 하는 생각에서 꼭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바뀌는 서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는 작가의 문장력이 좋았다.
73일의 비밀은 카레이스키인 용남이가 조선의 특사들을 도우면서 왜 나라가 중요한지를 다시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다.
책 속으로
80. 전쟁이 없었다면 형은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았을 텐데 지금 전쟁터를 누비는 군인들이 목숨을 잃으면 그 다음에는 내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전쟁은 모든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것일까? 언젠가 블라디보스토크도 전쟁터가 되면 모두가 목숨을 잃고 한인촌과 소고기 공장도 전부 사라지는 것일까 이제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 용남이는 알렉산더 형이 입었던 가슴에 총탄 구멍이 있는 군복이 돌아온 것을 보고 하루하루 먹고 살던 삶에서 나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처음부터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용남이도 점점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
81. 굿을 지켜보던 매주 아줌마가 굿판 가운데 가서 춤을 췄다. 춤은 기쁠 때만 추는게 아니었다. 아줌마는 말로 전할 수 없는 그 많은 것들을 춤에 담아내고 있었다. 몸의 움직임은 느렸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리고 눈동자는 초점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슬픈 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 소중한 가족을 보낸다는 것은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주 아줌마는 자신의 아들 알렉산더를 보내기 위해서 춤으로 애도를 했다. 그것이 그녀가 아들을 보내는 방법일 것이다. 힘이 없는 나라에 백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적 상황에 휘말린다.물살에 개미나 나뭇잎이 힘없이 떠내려가듯이 말이다. 이 표현이 이런 조선의 모습을 여실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104-105.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초원이었다.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고 그 주변을 말들이 힘차게 달렸다. 기차 안에서는 평화로운 세상만 구경하는데 이 시간에도 많은 곳에서 끝없이 전쟁을 하고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어디에선가는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는 죽고 있었다. 전쟁터를 누비는 한인촌의 형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런 비극을 막자고 헤이그에서 만국 평화회의를 하는가보다.
---->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쟁을 막자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1907년도에 있었던 만국평화회의는 진정한 평화회의가 아니었다. 강대국들의 이득을 약속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들은 정의로운 것에 눈을 감지 않았다. 그리고 헤이그 특사들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언론은 중요하다.
121. 창문을 활짝 열었다. 니콜라이 대성당이 보였다. 하얀 건물이 불빛에 바다 반짝거렸다. 그리고 길 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는 청동 기마상도 눈에 들어왔다. 말의 뒷발이 뱀을 발른 모습은 악을 물리치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했다. 동상이 몇백 년을 저자리에 있는 건 여전히 물리쳐야 할 악이 있기 때문일까?
---> 보이는 풍경 묘사와 그 풍경 묘사를 보고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서 용남이의 생각과 빗대어 나타낸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