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국어사전 (2025년 최신판) - 초등 국어 교육의 시작, 3차 개정판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토박이 사전 편찬실 엮음, 윤구병 감수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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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동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동물 도감, 갯벌 도감, 나무도감, 풀 도감 이런 것을 좋아한다. 도감을 펼쳐서 열심히 읽지 않아도 되고 그림도 구경하고 휙휙 넘기기도 좋다. 그림 구경하면서 시간 보내기 좋은 책이 도감이다.

 

그래서 각종 도감들을 사서 모아 두었다. 집에 책이 한가득이라서 책찾기 어려워 책을 볼때면 출판사가 어디인지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는 출판사 별로 책이 정리 되어 있다. 정리된 책들을 보다 보면 출판사들이 지향하는 곳, 바라는 생각들이 보인다.

 

오늘 배송온 <보리 국어사전>은 출판사가 <보리>이다. 갑자기 출판사 <보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심심해서 그랬어> 같은 스테디 셀러도 나왔고 아이들 그림책도 많아서 어린이 책 출판하는 곳인줄 알았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보리는 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생명존중,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가 말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과 연결되는 생각으로 나도 공감하는 생각이다.

 

이제 보리 국어사전을 살펴보자. 파란색의 1600페이지의 벽돌책이다. 색깔도 파란색에 흰색이라 기존의 녹색표지보다 더 깔끔하고 책등 표지에 적힌 말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4만개가 넘는 낱말과 4,000점에 이르는 세밀화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차근차근 배웁니다.

보리 국어사전(2025 개정판)

 

더 감사한 것은 남과 북의 말을 모두 실었다는 거다. 이 사전이 첫페이지에는 왜 남과 북의 말을 실어야 하는지 적혀 있다. 이 페이지는 첫판을 만들던 2008년에 씌여진 말이다. 남녘과 북녘의 초 중등 학생들이 함께 보는 국어사전을 펴냈다는 첫 페이지에서 윤구병 선생님의 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전에 수업하거나 찾아볼때 분명히 봤던 구절인데 서평을 써야 겠다는 의지 덕분에 사전을 한장 한장 차근히 읽어보게 되었다.

 

국어사전은 개정판을 거듭하면서 우리말, 토박이 말,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말을 다듬고 정리해 놓았다. 4만개가 넘는 단어들이 수록된 1600페이지의 이 국어사전은 그 자체로 방대한 지식 책이다.

 

남한에서 쓰는 말과 북한에서 쓰는 말을 싣어놓고 그 단어가 남과 북이 어떻게 쓰이는지, 또 비슷한말, 속담, 단어의 뜻, 그 단어가 쓰이는 문장은 << 문장 예 >>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에 해당되는 부분을 책장을 넘기면서 읽어봤다. 그랬더니 각 단어들이 글자의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잘 정리된 책장 속의 책 같아 보였다. 각 단어들을 설명해 놓은 말들이 쉽고 예쁜 말들이어서 사전을 읽는다는 새로운 경험도 해 봤다.

 

고등학교 때 한 친구는 사전을 늘 책상위에 두고 여기 폈다 저기 폈다 하면서 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냐?" 라고 친구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아무대나 펴서 읽어, 내가 아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궁금해서 보기도 하고." 그렇게 답하는 친구는 날 보며 씩 웃었다. 봄바람에 살살 나부끼던 창문의 커튼과 그 사이로 비쳐든 햇살에 반사된 친구의 마시마로처럼 눈이 사라지며 웃는 표정이 애 엄마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왜냐하면 친구가 그때 "사전 재밌잖아." 라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사전 속 단어들은 내가 사전을 펼치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 준다. 그냥 알고 있었던 것과 속속들이 아는 것은 다르니까. 친구의 이름을 아는 것과 친구와 친해지는 것은 다른 상황을 만들어준다. 그처럼 사전 속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내 삶을 더 분명하고 더 잘 알게 해 줘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책 속에 길은 있다고 하나 보다. 그런 길을 내어줄 보리 국어 사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세밀화와 토박이 말로 쉽게 풀어 쓴 단어 설명과 예시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배우게 한다.

 

한페이지씩 넘길때마다 아하, 오호라~,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며 보게 되어서 사전은 보물찾기 처럼 찾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한페이지씩 읽어가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 보리의 <국어사전>을 좋아한다.

4만개가 넘는 낱말과 4,000점에 이르는 세밀화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차근차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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