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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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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은 민들레의 영문표기이자, 

<데드맨>, <드래곤플라이>에 이은 가부라기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세작품 모두 D로 시작하는 쓰리디 ... 귿!! 




박수칠 때 떠나라지만, 
이제 어떤 경지가 느껴지는 시리즈가 끝난다니 아쉽다. 
손가락도 다섯개이니 시리즈도 다섯권은 채워야 하는것 아닌가!! 
가부라기도 승진하고... 


완결편이라 할 만큼 <데드맨>에서 난감하게 다가왔던 개그는 
보다 정교한 희극으로 바뀌었고, 
회상이나 주요인물들의 대화도 보다 간결하고 건조해졌다. 
가독성은 원체 좋은 작가라 시원시원하다.


요즘 꿈꾸는 그런 분위기, 약간 건조하고 시원한 
여름에 잘 맞춰 나온 추리소설이다 싶다.


16년전 살해 당한 여성의 시신에 담긴 시간의 간극, 
은밀한 사연, 응집된 기억의 층위 속 여러 인물간의 오해와 왜곡, 
일란성 쌍둥이, 비밀의 조직, 정치집단 등 다양한 소재들이 잘 버무려 졌는데, 

전작들에 비해 장면마다 인물을 최소화하고 
맺고 끊은 절삭면도 단정해서 부대찌개라기 보다는 
잡채같이 뒷맛이 깔끔한 느낌이라 결말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 수월했다. 

각 소재를 다루는 트릭의 전통적인 면들이 다소 눈에 띄지만
특정 건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맛과 색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조율되어있다.
어떤 면에선 몬드리안의 구성과도 같다.


가부라기의 젊은 후배 히메의 개인사와 '간지'도 등장한다.


쌍둥이의 비극적인 과거와 히메 아버지의 불운이 밝혀지지만, 
부담스레 운명이나 숙명같은 묵직한 침전이나 울림까지는 아니다. 
오락으로서의 소설로 흠결없이 뛰어난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원전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도 
독자에게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맺어진다.

여기에 보태서 일본의 공안과 정치의 일변을 그린다는 점에서 유용한 측면도 있다.
(추리소설은 적당히 요소요소를 피해 후기를 남겨야 하니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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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2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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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나한테 중요한 것이 당신에게도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요."



<거미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마누엘 푸익의 소설입니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는 실험적 소설'로 상당히 구미를 당기는 책이었습니다. 며칠간 교보를 뒤졌는데도 '미입고'만 뜨길래 알라딘에서 주문하고야 말았습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책이라는 점이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죠.


그리고 열심히 예비군 훈련장 뒷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거기서는 다 읽지 못했구요. -_-ㅋ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테지만 상반기에는 <자기 앞의 생>을 읽었네요.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이란 제목은... 흔치 않는 류의 소설 제목인 동시에 '이 편지는 영국... 에서 시작되어... '라고 하는 '행운의 편지'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역자인 송병선 씨의 해설까지 통해 본다면 

이 제목은 [완벽한 독해에 결단코 이를 수 없는 독자에 대한 애도이자 작가인 마누엘 푸익의 목표]라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이 책은 오로지 ""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래리의 말, 라미레스의 말 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다보면 종종 30대의 미국인 래리와 70대의 아르헨티나인 라미레스의 대화의 화자가 불분명해집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독자가 혼란을 느낄때쯤 '래리가 이렇게 말했다' 등의 설명이 붙는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라미레스의 병실 창문을 여는 장면 또한 대화 속 '추워졌다'는 말로 알 수 밖에 없습니다.


 

p146

"내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들에게 당신의 정치 성향을 말했을 거에요."

"그랬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지금은 1978년입니다. 메카시는 이미 의회를 떠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지요. 내 육체는 병들었지만 정신은 멀쩡해요."

"예,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요양원의 노인 라미레스와 역사를 전공했지만 노동운동을 하다 일용직처럼 사는 래리의 대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애정도 신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세대를 초월하는 우정 따위는... 기대하면 안됩니다. 





어떤 부분은 실제 대화로 어떤 부분은 라미레스 영감의 꿈으로, 어떤 부분은 상상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독자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것도 푸익의 의도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래리와 라미레스의 관계는 불화에 따른 실망감을 던져주며, 라미레스가 겪은 과거 감옥생활의 속사정도 래리가 라미레스에게 이야기해준 부모, 헤어진 아내에 관한 기억의 진실도 안개속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소설 마지막 인권위원회와 래리, 기타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힌트로 던져지지만 이면의 이야기를 짚어내기엔 충분치 않습니다. 




그외 소설에서 푸익이 말해주고 싶던 70년대 미국사회와 격변기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이야기는 송병선씨의 작품해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읽는 내내 '나 이 책 읽고 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묘한 유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읽은 책만 올리자란 다짐으로 허벅지를 찌르다가 결국 다 읽고 올립니다 ㅎㅎ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 타 출판사에 비해 비싼데다 표지가 약해 포장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지만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을 적자에도 불구하고 내놓는데에 호의적인 마음이 생기네요.




무엇보다 송병선 역자가 민음사에서 출판할 마르케스의<족장의 가을>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일어 번역의 김숙자님 만큼이나 신뢰가 가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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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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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대 이상을 보여주는 한병철 교수님의 신간.


표지도 어느 때보다(?) 화사하고 얇은(?)분량도 여전하지만


역자가 바뀌었네요 




그래도 기대하면서 앞으로 나올 저작들도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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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일, 연애, 인간관계가 피곤한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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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금세 결론을 얻지만 대개 그 이유는 설명하지 못한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사고는 일부러 어떤 주제에 집중력을 쏟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저 혼자 여러 갈래로 마구 뻗어 나가고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까지 건드리며 끝없이 몽상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들의 뇌는 24시간 켜 놓는 텔레비전과 같다. 잠자리에 누워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는 생각 떄문에 눈이 말똥말똥하다. 보통 사람이 자기가 몇 주 동안 끙끙대던 문제를 당신이 순식간에 해결해 버릴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아는가? 그들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이다. 여러분은 금세 뜨겁게 달아오르고 번득이는 두뇌를 가졌다. 여러분은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려면 일상을 다소 숨 가쁘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배움이 없으면 뇌가 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우울해한다. 영재성이 있는 아이는 자신의 부모보다 통찰력 있고 이성적이며 어른스럽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안정감을 찾을 수 없다. 여러분은 아이디어가 들끓고, 생명력이 넘치고, 기쁨으로 번득이고, 사랑으로 톡톡 튀는 근사한 뇌를 가졌다. _<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中에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생존편>은 위에 적은 2014년 출간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도 불구하고 제 갈 길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한 저자의 채찍질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15년 3월에 읽었다. 우연찮게도 후속작인 <생존편>을 딱 1년 만에 읽게 되었다. 작년 3월 이 책을 읽고 눈시울을 몇번이나 붉혔는지 모른다. 심리학 서적, 저자 스스로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을 위한 자기계발서라고 하는 책을 읽고 말이다. 



글 서두에 지나치게 화려하게 색을 입힌 모든 상태를 나에게서 찾을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지에 가지를 치는  생각의 나무는 잠자리에서 유독 나를 괴롭힌다. 결국 몸이 지치고 나서야 잠에 든다. 종종 확신이 드는 해결방법이 있는데 설명이 안되서 이상한 눈치를 받기도 했다. 날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모님. 뭔가 계속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그렇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읽고 나에대해 이렇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지적하는 작가에게서 위로를 얻었다. 그런데 어찌하나. 그렇게 책 한 권, 눈물 바가지로 바뀔 인생이었다면 벌써 나비가 되었을테고, 그렇다고 날 이해해달라며 내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작가가 보다 독한 마음으로 펴낸 책이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생존편> 


위로가 통하지 않자 제발 이렇게 하라며 생존의 방법을 일러주는 그런 류의 책이다. 내가 만약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본편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책을 덮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쏘아 붙인다. 그러나 뇌의 과잉 활동이 초래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저 낮은 자존감의 늪으로 밀어버린 사람들을 익히 상대한 저자의 상담기를 접하면 그게 일종의 보듬는 행위라는 것도 알게 된다. 츤데레.



나는 저자에게 혼나면서도 그게 틀린 말이 아닌 줄을 알기에 읽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정신적 과잉활동인】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

p46
아마도 여러분은 이미 자신의 감각 과민증에 적합하게 계발한 자기만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령 선글라스와 귀마개를 항상 갖고 다닌다든가, 오랫동안 씻지 않은 사람이 옆에 앉는 등 갑자기 악취를 피할 수 없을 때 둘둘 감을 수 있도록 향수를 살짝 뿌린 스카프를 가지고 다닌다든가...

귀마개와 이어폰은 나의 분신이요, 손수건은 가방에 늘 들어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사람들과의 차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체계가 모든 사람들과 비슷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p89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나는 여러분의 사유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반면, 보통 사람들의 사유는 직선적이고 순차적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것이 여러분의 사유 기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p106
사회의 암묵적 규칙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에게 명백한 논리도 없고 의미도 없다.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로 있는 것도 아닌데 "좋은 하루!" 같은 말은 해서 머 하나? 왜 그때그때 적절한 칭찬이나 축하의 말을 건네야 하지?


아... 이런 부분은 정말 점쟁이급이다. 나는 악수의 이유도 모르겠고 '안녕하세요' 대신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선호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관계를 관리하는 친구의 속내도 이해가 안된다.  모두다 사실 '왜?'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상투적이라 생각하는 이런 화법에 그저 장승처럼 서서 살지는 않는다. 따라하되 거기엔 '왜?'라는 의문도 따라온다.




그러나 이런 복잡한 생각 속에서 튀어나오는 직설적인 표현이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도 분명하다. 

p176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또박또박 짚고 가는 대쪽 같은 당신, 그래 봤자 회사 사람들은 '저게 누굴 물 먹이려고 저러가?'라는 생각 밖에 하지 않는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 하였는데 어찌 홍시 맛이 난다 하시면... "
나는 아직도 어린 장금이 수준이었단 말인가 ㅠㅠ




p207
여러분보다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대는 그러한 대하에서 안정감을 잃는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든 여러분을 깔아뭉개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런 녀석이 있었지. 쓰레빠같은 녀석. 연락은 거절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민을 심어버린 문구.

p259
여러분에게는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이 잘 어울린다. 자기 리듬에 맞게 일할 수 있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본인의 개성과 가치관에 맞는 일을 하기가 좋으며, 특유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 사유는 멀티태스킹을 즐긴다. 



크리스티 프티콜랭의 책을 두권째 읽지만,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꿰뚫고 있는지...

이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변화를 생각해보라는 조언이 가득 들어있다. 나에게 1:1로 말하는 듯한 뉘앙스라 수많은 자료와 예시를 제시해도 받아들이게 된다. 


첫 권에서는 눈물이 날 정도였고, 이번 책에서는 회초리로 계속 얻어 맞는데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블링블링한 책 표지는 다 눈속임이다.



마무리를 짓자면.
이 책은 부키라는 출판사의 용기가 느껴지는 서적이다. 

이 책은 본편인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없이 읽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본편에서 말한 개념이나 정의가 <생존편>에서도 일정 부분 재논의 되지만 본편과의 시너지는 불분명해진다. 두 책이 한 세트여야 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읽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사기엔 망설여지고 읽어는 보고 싶은데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무료로 제공된 이 책을 보내줄 의향도 있다. 그가 만약 나와 같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거나 과잉 활동인의 주변인으로서 진지하다면 말이다.



p.s. 그나저나 크리스티 프티콜랭은 어찌 프랑스인이란 말인가 ㅠㅠ 메일을 못 쓰겠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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