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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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수사시리즈 1권

1137년,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식집사이자 50대 평수사인 캐드펠이 웨일스의 귀더린 마을로 성물(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지러 출장(?)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77년 발표된 소설로 2024년의 독자 입장에선 고전이다.


이 미스터리 서사는 정격으로 또박또박 진행된다. 서술트릭은 기본이요, 다양한 변주가 난무하는 21세기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다소 방어적인 면이기도 하지만 편안하다. 그덕에 시대적 배경과 종교적 민감성, 종교인인 캐드펠의 사려깊은 처세와 종교적 교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인간적인 낙관을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젊은 시기 1차 십자군 전쟁(1095~)에 참전했던 캐드펠은 전쟁과 연애를 두루 경험하고 느즈막히 수도사의 길을 걷는 인물. 생사의 현장과 애증의 결로를 두루 경험한 그가 마치 안정된 노후를 노리는 듯한 인상으로 수도사가 된 면모엔 다소 희극적인 유머가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동료를 보며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를 반복해서 떠올리며 은근히 내비치는 데선 어이없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물론 1권을 끝내면 인간적인 공감과 통찰로 변모되는 모습이다.

1권은 내세울 성물이 없는 성 바오로 수도원이 부수도원장 주도로 인근 웨일스 영토 안의 성녀의 유골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는 데서 시작한다. 욕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부수도원장과 미모와 근육질의 콜룸바누스 수사, 위니프리드의 계시를 받았다는 부수도원장의 오른팔 제롬 수사, 세속적 욕망과 재능(?)이 엿보이는 존 수사가 캐드펠의 일행.


캐드펠이 웨일스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데서 영국의 오랜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고, 중세 종교의 위상, 지역 생활상과 계급성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주인공은 수사이지만 종교의 계시, 환상성 등을 꽤나 잘 비틀어서 보여준다. 종교적으로 위대한 여성은 죽은 여성 뿐임을 보여주는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에서 빚어지는 수도원과 귀더린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은 지금도 여전히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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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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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씻지 않기 시작하고 벌어지는 일이다.

대강의 줄거리는 책소개로 있어서 알고 읽었는데, 궁금한 것은 샤워를 못하게(?) 된 남편의 몸에서 냄새가 나느냐였다. 하루키의 잠을 안 자는 인물이 더 생생해진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이 소설에도 있을까 싶었는데, 냄새가 난다. 체취 악취 각질 때 다 나온다.

이쓰미는 맞벌이를 하며 평등한 부부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다가 벌어진 남편의 미친 기행에 의외로 담담하게 대응한다.

차근차근 이유를 묻고, 어떤 상처를 건드릴까봐 병원 상담을 권하지도 않고 생수를 건네기도 하고 친환경 비누도 권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달, 세 달, 다섯 달이 지나서 회사 상사의 연락을 받은 시어머니로부터 침입 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물론 고민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어떤 결말이 찾아올 것만 같은 예감을 느끼게 한다는 데서 이 이야기는 이쓰미의 삶의 변화에 중심이 된다. 남편의 다소 억지스런 충동적 변화는 도시적 삶이라는 체제에 대한 반역이자 '자연스러운 인간'에 대한 질문이 된다.

특히 그러려니 하며 살게 되는 도시적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시적 의무, 조건, 태도, 예민하게 갖춰야 하는 온갖 도시민적인 것은 아주 작은 시대를 통해 정형화 됐다는 인식은 이사를 고민하는 후반부에서야 이뤄지게 된다.

p136 - 집(도쿄 아파트)은 땅값까지 포함해서 7백만 엔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맨션의 집세는 한 달에 14만 엔이다. 다른 층의 집이 매물로 나온 것을 본 적 있다. 방이 세 개에 5천 7백만 엔이었다. 시골의 낡은 집과 딱 5천만 엔 차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남편의 이름이 제시 된다. 인물이 자기의 성질을 획득했을 때 이름이 주어지는 건가? 그래서 이 부부의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많은 일본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이름이 메세지와 결부 되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하루는 짧고, 내 호기심에 대한 기억력도 짧으니까.

이 소설에서 이색적인 것은 오히려 '결혼관'이었다.

시어머니의 다소 유난스레 그려지는 면모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사실 조용한 편이었고, 이쓰미 부부가 갖는 반려자로서의 동지애(?)와 부부로서의 독립성은 굉장히 공고하다. 회사 상사가 부인이 아니라 모친에게 연락을 한다는 데서 이 공고함이 전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유추되니까.

이 소설의 설정 중에선 다소 의아하게 만드는 것, 수돗물을 견디지 못하게 된 남편이 먹는 것에선 수돗물을 느끼지 못하거나 도시 온갖 곳에 위생을 목적으로 살포 됐을 것들을 거론하진 않는다.

구체적인 의아함과 결말의 점프를 생각하면 이 소설은 우화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샤워 #다카세준코 #허하나 #문학동네 #일본소설 #아쿠타카와상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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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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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괴담 미스터리를 발표하고 있는 저자가 심혈을 기울였던 민속탐정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단편집이다.

p22 - '괴이 민속학 연구실'

이야기는 대학교 도서관 지하에 있는 도조의 연구실에 대학의 학생 '도쇼 아이'가 괴담을 수집하는 그를 소개 받아 방문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람은 도조 겐안가 아닌 도조의 연구실을 빌려 소설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 마히토.

겐야 대신 괴담을 들은 그는 이야기 속 괴이와 공포에 의해 기이로 보이는 상황을 현실로 추리해서 도쇼 아이에게 풀이해 준다. 시간 상 죽은 이가 해변을 걷는 이야기인 표제작이 그 첫번째.

이 이야기들의 곳곳에 #존딕슨카 의 고전들이 속속 등장해서 흥미를 돋운다.

그동안의 도조 겐야 시리즈는 #잘린머리처럼불길한것 ... 같은 제목으로 시작해 결말 또한 사포로 긁어 놓은 듯하게 끝나서 특유의 '이렇게 끝나면 안 될 듯한' 인상을 줬는데, 이 소설은 비교적 안전(?)하게 끝난다.

아이와 마히토의 티키타카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환기 시켜주는 동시에 결말의 반전을 다소 준비하게 해주기도.

이는 #도조겐야시리즈 가 다시 시작한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찌릿찌릿하게 고통스런 사건들이 다시 시작 된다는 양면적인 예감을 준다.

개인적으론 두번째 수록작인 #다가오는머리없는여자 의 이야기 배경이 좋았다. 역시 탐미주의를 추구하는 미스터리 작가는 미남을 좋아한다.

이 연작집의 결말은 꽤 안녕하지만 수록된 다섯 편은 고립된 1950년대 마을, 신체 절단, 훼손, 지역 유지, 악귀 등등 사건 속에는 미쓰다 신조의 지문이 강하게 찍혀있다.



잔인하고 잔혹한 면면에는 필시 사람이 관계되어 있으니, 사건의 풀이와 관련된 피의자(?)이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에 이르렀다고 담담하게 써낸 대목들은 여전히 서늘하다.

그런데 총 결말은 또 안녕하다.

p.s. 주인공이 안녕하거든요... 작가는 그동안 계속 주인공도 벼락같은 저주에 잘도 집어넣었기 때문에...

#걷는망자 #미쓰다신조 #리드비 #디앤씨미디어 #일본소설 #추리소설 #일본추리소설 #미스터리 #공포소설 #민속학 #일본민속학 #책 #독서 #화제의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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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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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주인공에게 따뜻해진 미쓰다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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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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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판타지 중에서도 #포털판타지 로 배경은 19세기 말 ~ 20세기 초다. 1901년 같은 식으로 명확한 연도를 명기한다.

포털이란 #나니아 의 옷장처럼 이세계로 통하는 관문을 말하는 것으로, 이 소설에서 포털은 '문 Door'이다. 주인공인 흑인 소녀 '재뉴어리'는 육친의 영향으로 글을 써서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수많은 평행 세계를 다닐 수 있는 양친 없는 19세기 말엽의 흑인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장르는 교차성 성장소설이다.

지향점이 명확한 청소년 소설이 내게 주는 감동은 사실 크지 않다. 지금의 내가 공감하기엔 좀 먼 이야기이기도 하고, 판타지보다는 성장과 자아발견이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다소의 판타지 설정은 단편적인 장면에선 어울리지만 연장 시켜서 생각하면 의아한 데가 꽤 있기도 했다.

책을 받기 전 #goodreads 에서 본 평점은 4점이 넘었다. 나와는 취향이 갈린 듯하다.

최근 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을 보며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마음에 차진 않았다. #내이름은데몬코퍼헤드 같은 소설을 읽은 것도 이 소설이 삼은 사회의 잔인성의 수준이 비교적 친절하게 보이게 만든 듯하고.

갑부인 로크의 밑에서 유물 수집을 하느라 연중 부재중인 아버지 대신 로크 씨가 재뉴어리의 후견인 역할을 하지만 시대 배경과 재뉴어리의 피부색은 로크 씨가 활동하는 '뉴잉글랜드 고고학 협회' 회원들에겐 마뜩치 않은 상황이다.

다정한 듯 보이는 로크도 종종 재뉴어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차가운 경계를 보인다. 그리고 사실 로크의 친절은 속셈이 있었으며, 재뉴어리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마네킹처럼 살길 바라는 1세계 상류층 백인의 가스라이팅이 #선량한차별주의자 의 가면으로 드러난다.

이후 울타리를 넘어서 정체성의 뿌리와 가족을 되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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