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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6월
평점 :
p75 - "고통과 곤경의 세상이 지성을 교육하고 영혼을 만드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는가?"
프래니는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대학교수인 남편과 함께 사랑하는 (멸종위기를 맞은)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그리고 상실 속에서 몸부림치기 위해 아일랜드를 찾고 어선 '사가니호'에 자리를 얻어 탑승한다.
p124 -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언제나 삶의 경이와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 두 가지가 서로 너무 가깝게 얽혀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새를 쫓는 항해 속에서 프래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술은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하나씩 알려주기도,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ㅡ 그 끝에는 우리 모두 결코 피할 수 없으며 승복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실과 외로움과 내면의 싸움들이 한데 모여 또아리를 틀고선 그를, 또 나를 사방으로 조여들고 있음을.
p177 - 내게 더 이상 날개는 없다.
내 새들의 길을 보여주던 빨간 불빛이 폭풍의 콧바람에 날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다 아래로 끌려 내려가 사라졌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프래니의 이 여행, 이동(migration)은 도망치는 일이 아니다. 가석방을 어기며 헤매고, 죽음의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과거를 개방하지 않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과거로부터 도피하는 행위지만 이 소설에서 바다의 한 복판을 지나가기를 망설이지 않는 건 '대륙과 대양을 건너야지만 비로소 온전한 #북극제비갈매기 가 되는 그 새'가 지금 겪는 멸종의 위기가 프래니의 존재, 어떤 인간 자체를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상실의 바다에서 온 몸으로 헤엄치고 수면 위로 몸을 들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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