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마지막 한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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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29

우리 가문의 불화, 때 이른 죽음, 어긋난 사랑, 무모한 열정, 병약한 가슴, 권력과 금력, 더욱더 부도덕한 유혹, 그리고 예술에 얽힌 수수께끼를 뿌리까지 파헤치는 김에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누구였는지 기억해두고 넘어가자.

'다 가마' 가문의 4대손인 '모라이시 조고이비'가 4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독백으로 풀어내는 소설로 19세기 인도 현대사를 압축적이면서도 우화적으로 은유하는데, 미스터 조고이비가 왜 다 가마 가문의 4대손이냐면, 다 가마는 어머니의 성씨이기 때문.

p538

돈도 종교도 제 욕망을 억압하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는 시대, 지치고 허탈한 패배자가 아니라 원기왕성하고 야심만만하고 탐욕스럽게 삶을 갈망하는 자의 시대.

그리고 소설의 가장 중요한 축은 영국 식민지 하에서 가족의 기독교 정체성을 버리고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 미술계와 사교계에 화려한 영향력을 펼치는 아우로라 조고이비, 다 가마 가문의 3대이자 모라이시(무어)의 어머니인 아우로라이기 때문.

#이사벨아옌데 의 3부작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식민지 해방과 잔재, 가문의 성공과 여성(모계) 중심의 가족사를 유연하게 다루면서도 (한국인 입장에선) 같은 3세계로 여겨지는 문화가 현대에 겪은 복잡한 주체성 싸움을 개인사로 비춰주기 때문에.



아우로라와 아브라함의 세 딸과 한 명의 아들, 요절한 두 딸과 수녀인 둘째, 네 달 반만에 세상에 나온 거구 아들은 10세에 190cm로 자라고 남들보다 두 배 빨리 늙어간다.

그야말로 현대 인도의 축소판이다.

책의 제목은 아우로라 일생일대의 연작의 마지막 그림 제목이다. 이 그림은 조고이비 가문을 타겟으로 하는 연쇄 폭탄 테러 중에 도난 당하고는 아우로라가 후원했(키워줬)던 화가의 스페인 저택으로 밀수 되는데..



영제국의 근현대사를 영국 관점의 미디어나 소설로 접한 경우가 많아서 잔혹한 치세나 그 후유증을 외면하기가 쉬운데, 피와 뼈로 글을 쓴다고 해도 틀림이 없는 인도 출신 작가가 보여주니... 눈과 코가 맵다.

분명히 보이는 걸 쓸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운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소수의 작가들이 있고, 살만 루슈디도 그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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