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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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

p61 - 재판관이 그에게 니클로 가라는 판결을 내린 뒤, 엘우드는 집에서 마지막으로 사흘 밤을 보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이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멜빈 그리그스 대학의 개방 강의 출석을 허가 받은 링컨 고등학교 신입생 엘우드 커티스가 부푼 기대를 안고 대학을 방문하는 길에 자동차 도둑으로 누명을 쓰는 아찔한 불운에 나는 '그땐 그럴 수도 있었겠지'라며, 이 차별의 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었다.

열다섯의 엘우드 커티스가 '니클'이라 불리는 소년 감화원에 부당하게 갇힌 사건이 부딪힌 데는 내면 어딘가 굳은 살이 똘똘 뭉친 곳이었다.

나는 이 차별과 분리의 기억을 환기하는가 복기하는가 아니면 음미하려 하는가에 대한 복잡한 기분을 곱씹게 된다.

p106 - "가끔 화이트하우스로 끌려간 애가 두 번 다시 안 나타날 때가 있거든."
터너가 말했다. "가족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학교에서는 애가 도망쳤다고 말해."

상상력으로 실재했던 사건들의 조각들을 쪽모이 해서 펼치면 한 나라와 한 시대의 초상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벌어졌던 분리 정책의 폭력성과 지워진 이름들이 겹쳐서 솟아난다.

이 폭력은 기술적으로 놀랍도록 유사하게 벌어졌다. #형제복지원

저자가 장르적 장치를 작동시킬 때 일어나는 감정적 변화는 감동과 함께 적잖은 부끄러움도 동반했다. 무덤 위에서 환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당당하게 건져올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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