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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한나 렌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평점 :
증정도서ㅣ
p355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스마트폰 화면은 받을 사람을 선택하려는 순간이었고, 그 손끝은 '나기하라 사리'와 '후시구레 하야키' 사이에 떠 있었다. 어느 쪽에 먼저 소식을 전하려 했는지 알 수 있을 무렵, 우리는 분명 어른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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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상상력이 인간을 둘러싸는 게 아닌 인간이 지식과 상상력을 감싸안는 데에 SF의 이상향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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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은 수많은 평행세계를 넘어다닐 수 있는 '승각능력'과 '능력자'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능력의 결핍에서 직면하는 장애에 관해 비유적으로 질문을 제기한다. 사랑은 결핍을 금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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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둥글고 전혀 거칠지 않으며 무해한 사람들의 드라마인가, 평화로운 얼굴이 우리의 본질인가에 관한 #미아하에게건네는권총 #홀리아이언메이든 - (후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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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1 <싱귤래리티 소비에트>
전시 공간 입구에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맨 안내용 레닌 네 명이 방문객을 기다리며 인형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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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을 영입함으로써 서구보다 일찍 인공지능 보댜뉴이(슬라브 족 물의 정령)를 현장 투입해 경쟁에 앞서게 된 소비에트'라는 대체 역사의 특이점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오오! 투쟁! 혁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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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소설집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 수록작인 #빛보다빠르게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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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세계관은 열어두면서도 2600만분의 1이라는 '시간의 저속화'에 갇힌 신칸센 노조미 123호와 열차에 탄 고등학생들을 피치 못한 상황으로 타지 않아서 졸업식에 참여할 수 있었던 오직 두 사람으로 경이롭게 시간선의 문제를 해결하며 또다른 학생들, 우리가 띄어올리기를 상상해마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까지도 세심한 감각으로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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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28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어른이 있었고, 아이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당신은, 당신들은 누구도 방황한 나그네들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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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세계에 환멸을 느끼는 와중에도 우리의 도피성은 우리 안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감정으로 이끈다. (내 마음 우르르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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