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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흔히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로마는 유럽 대부분과 중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면서 유럽 문명의 뿌리를 형성하였습니다. 정치, 경제, 예술, 문화, 건축, 법률, 군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과 서로 나눠진 이후 서로마 제국은 서서히 몰락하면서 결국 게르만족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이후 천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중세가 시작되었네요. 중세는 암흑의 시대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전 못지 않은 발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대와 르네상스를 잇는 중세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실제로 중세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였네요. 이번에 읽은 '먼 거울' 은 중세에 실존했던 인물인 쿠쉬를 중심으로 중세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역사에 기반한 책입니다.
중세를 뒤흔든 대표적인 사건으로 흑사병을 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쳤던 것처럼 흑사병 역시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빠른 속도로 유럽에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네요. 지금과는 달리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었는데 교회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만큼 신의 분노나 저주로 생각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번 흑사병이 퍼지면 도시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여서 흑사병이 지나간 자리에는 살아남은 생명체가 거의 없었네요. 책에서 표현한대로 당시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종말이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력이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농민이나 상인, 장인들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로마 황제는 무척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지만 제국이 무너진 이후에는 크고 작은 나라들이 나타나 경쟁을 벌이면서 이전보다는 왕의 권위가 훨씬 줄어들었네요. 이러한 빈자리를 채운 것은 교회였습니다. 기독교는 처음에 박해를 받았으나 로마 유일의 종교로 공인을 받으면서 제국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고, 나중에는 국가가 하던 역할의 상당 부분도 교회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이 강해질수록 서서히 부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책에 언급된 내용을 보면 교회의 부패가 상당히 심각하였네요. 교황을 정점으로 한 위계질서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겨 성직을 사고 팔았으며, 일반 사람들에게서는 죄를 없애준다는 면벌부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습니다. 재물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도 문제가 있어서 많은 성직자들이 스캔들에 연루되었습니다. 급기야는 여러명의 교황이 나타나 각자가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심각하였을지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국가 사이에 전쟁은 자주 일어났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쿠쉬는 프랑스에 영지가 있으면서 잉글랜드 국왕의 사위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누구에게 충성을 바치느냐가 중요했고, 지역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영주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맺기도 전쟁을 벌이기도 하였던 만큼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일도 흔했네요. 이 책의 내용은 어느 한 나라가 중심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시대를 조망하고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와 프랑스 모두에 발을 걸치면서 잉글랜드와 싸우기도 했고 프랑스와 싸우기도 했던 쿠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게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처음 책을 보면서 무척 두껍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세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족이나 일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저자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더해지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