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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자본 - 본질의 미학
김지수 지음 / 포르체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어릴 때에는 어머니를 따라 자주 시장에 갔습니다. 가게마다 서로 다른 상품을 팔고 있었고 어머니와 상인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와중에 안부를 묻기도 하고 물건값을 깎기도 하였네요. 이제는 방 안에 앉아서 우리나라에서 파는 상품의 대부분을 비교해 가면서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상품도 직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능은 동일하지만 더 예쁘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는 상품을 사는 경우가 많네요. 이러한 행위도 나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상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특별하다고 과시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이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감성에 따라 소비하기도 합니다. '감각 자본' 에서는 이러한 감각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VIP 가 가장 높은 등급이었지만 이제는 VVIP 도 있고, 골드 위에는 다이아몬트, 플래티넘 등 줄줄이 있습니다. 매일 쓰는 물건도 적당한 기능에 저렴한 상품이 있지만 매우 비싸서 어떻게 들고다니나 싶을 정도의 상품도 있네요. 럭셔리(Luxury)를 최초에 번역하면서 명품(名品)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치품(奢侈品)에 가깝네요. 사치품하면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명품은 긍정적이기 때문인지 매년 유명 해외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려도 여전히 잘 팔리네요. 상품의 원가에 비하면 무척 비싼 금액이지만 사람들이 그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고 또 사회에서도 그렇게 인정을 받으니 더 그런것 같아요.
최근 씨티 팝(City Pop)이라는 음악 장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냥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팝 음악인지 알았는데 일본에서 시작된 장르로 버블 경제 시절의 음악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최전성기에는 세계 50대 기업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었으며 도쿄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일본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누렸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넘어 30년까지 이어졌네요. 버블 경제 시절이 마치 꿈처럼 느껴질텐데 과거의 영화를 추억할 수 있어서인지 씨티 팝을 듣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출산율 감소, 청년 취업난, 부동산 폭등 등 사람들의 근심 걱정이 많다보니 인기있는게 아닐까요.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단체 회식도 거의 사라졌는데 그러다보니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실 때에는 빨리 취하기 위해 소주나 맥주 또는 섞어서 마셨지만 혼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위스키처럼 맛을 즐길 수 있는 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심지어는 위스키를 사기 위한 오픈런도 있었네요. 위스키하면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가 떠오르는데 최근에는 일본과 타이완 위스키도 높은 품질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위스키 양조장이 생겼습니다. 소량 생산이라서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맛을 읽다보니 기회가 되면 꼭한번 마셔보고 싶어집니다.
개인의 개성와 감각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면서 책의 제목처럼 감각 자본의 영향력도 커질 것입니다. 감각적으로 분석한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