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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 - 중세부터 현재까지 혼자의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들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최근에는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스팸 전화나 문자,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발신한 메시지도 많네요. 요즘은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웹사이트에 가입할 일도 많은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처리방침 등에 반드시 동의해야 합니다. 동의해야 하는 항목들은 많고 하나하나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없다보니 그냥 습관적으로 전체 동의를 누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화면을 밑으로 내리다보면 내 정보를 마케팅용으로 다른 회사에 제공하겠다는 선택 항목도 있습니다. 전체 동의를 하면 내 개인정보가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적인 말도 있네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사생활이나 개인정보에 민감합니다. 인류가 처음 지구에 등장해서 동굴에서 같이 살 때에는 사생활이 없었을텐데 언제부터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겼을까요. '사생활의 역사' 에서는 제목 그대로 이러한 사생활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많은 식구들이 좁은 집에서 같이 살았기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커다란 집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개인 공간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동일한 공간에서 같이 먹고 자고 생활을 하였는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개인의 공간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네요. 부부를 위한 침실, 남편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혼자서 조용히 업무를 보는 서재 등이 대표적입니다. 14세기에 이웃집 사람이 몰래 자신을 훔쳐본다는 이유로 소송을 건 사건 기록도 남아있는데 고소 내용을 보면 이웃집 사람이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보입니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과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해서는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는 주고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누군가가 중간에 편지를 열어볼 위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인이나 실링하는 방법도 등장하였네요. 전신과 전화는 편지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신의 경우 보낼 내용을 전신원에게 읽어주어야 하고, 전화는 누구에게 연결해야 하는지 교환원이 직접 듣고 케이블을 꽂아 연결하였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되는 내용이라면 전신이나 전화를 기피하였는데 실제로 내용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었네요. 요즘도 사람들은 유명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과거에도 동일하였다니 재미있습니다.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주요 특징으로는 언제 어디서는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쇼핑몰에서 상품을 샀는지, 어떤 경로로 이동을 하였는지,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연락을 하였는지 등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위키리크스로 유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에서 전방위적인 감시가 진행되어 왔음을 폭로하였습니다. 중국과 같은 공산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 및 관리하고 있어서 년도의 차이가 있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비슷한 상황이네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현대인의 고독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과 떨어져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연결이 끊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느끼는것 같네요. 앞으로 사생활에 대해서 사회와 개인은 서로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