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뉴욕을 가본 사람이나 가보지 않은 사람이나 뉴욕을 상상할때 좁은 섬에 빽빽하게 들어선 마천루를 떠올릴 거에요. 그리고 그 마천루들 사이로 넓고 푸른 센트럴 파크가 있구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뉴욕은 뉴욕주 중에서 극히 일부분인 맨하탄과 그 주변의 일부 지역인데 어느새 뉴욕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되었네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은데 볼때마다 한번쯤 뉴요커가 되어보고 싶어집니다.


'여기, 뉴욕' 은 현대의 뉴욕이 아닌 E. B. 화이트가 살았던 시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합니다. 요즘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1940~50년대 뉴욕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지금처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역동적이었을지, 그때 있던 건물들 중에서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는 재미가 있네요.


읽으면서 역시 뉴욕은 뉴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미국 시골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의 나라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각각의 꿈을 안고 뉴욕에서 미국에서의 삶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러시아, 독일, 아일랜드, 체코 등 국적도 다양합니다. 지금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국제적인 도시인데 다양한 문화들이 적당한 긴장감을 야기시키면서 뉴욕을 이끌어가고 있는것 같네요.


뉴욕은 땅이 좁기 때문에 빽빽하게 몰려 있지만 큰 구역과 세부적인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각 구역은 조그만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몇 블록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과 대여섯 블록 떨어진 곳으로 이사갔는데 무척 멀리 떠나갔다고 아쉬워하는 가게 주인의 모습도, 다른 블록으로 들어갔을때 낯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뉴욕을 제대로 보고 느끼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베드타운에서 뉴욕으로 일하러 오지만 지하를 다니는 지하철을 타고 직장 근처에서 내려 일을 한후 다시 지하로 내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뉴욕의 지상에서 햇빛을 쬐며 휴식을 취하지도, 센트럴 파크를 한가로이 거닐지도, 공공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지도 않기 때문에 뉴욕이 참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 하네요.


그리고 당시는 고가 철도가 꽤 많았나봐요. 지상으로 전철이 다니면 여름에 뜻하지 않게 그늘이 만들어지도 하며 뉴욕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도 있는데 이제는 일부밖에 남아있지 않네요. 이때의 뉴욕은 집세도 비싸지 않아 돈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일부 지역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뛰어서 예전처럼 모든 사람을 포용해 주지 못합니다.


뉴욕을 여행하면서 짧게 쓴 수필이기 때문에 책 판형도 작고, 6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좀 더 긴 수필이었다면 당시의 뉴욕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을텐데 여운도 남지만 아쉬움도 같이 남습니다. 엄청나게 바뀐 뉴욕의 모습을 보니 더 바뀌기 전에 지금의 모습도 한번 눈에 담으면서 짧게나마 뉴요커처럼 살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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