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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 독방에 갇힌 무기수와 영문학 교수의 10년간의 셰익스피어 수업
로라 베이츠 지음, 박진재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다양한 작품들에 대해서 배운 것 같아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세익스피어, 빅토르 위고, 헤밍웨이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과 그들의 작품이 무엇인지를요. 하지만 정정하자면 이 작품들을 읽고 배운것이 아니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시험을 위해 암기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험이 끝나면 금방 잊어먹고,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외우는터라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하지만 대학에 와서 방학때 고전 작품들에 대해서 한권씩 정해 읽다보니 그때 수업시간에 왜 그렇게밖에 배울수 없었을까, 왜 나는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되네요.
이러한 작품들을 일반인도 아닌 교도소의 죄수들에게 가르친다면 효과가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세익스피어 전문가인 작가는 교도소, 그것도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익스피어 강의를 시작합니다. 다들 금방 포기하고 끝내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은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속되었고 그동안 교도소 내 범죄 행위도 극적으로 감소했네요.
처음에 작가도 세익스피어를 가르치는데 이해할 수 있을지, 효과가 있을지 우려합니다. 책을 읽는 저도 과연 문학 작품 읽어주고 토론하는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을 했었구요. 하지만 범죄자들도 우연히 또는 실수로 범죄를 저질러서 교도소에 있을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었습니다. 범죄자는 "모든 사람들디 자기 자신을 아주 많은 감옥 속에 가둬 놓고 있어요" 라고 합니다. 정말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힘들고 어렵다고 느꼈던 것들, 남들은 나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했던 것도 나 자신의 합리화와 문제에서 도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교도소라서 소지품도 자유롭게 가지지 못해 세익스피어 책을 주지는 못하고 수업 때마다 복사를 하며 나눠주는데 오히려 전체를 보지 않고 조금씩 일부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여유시간동안 다음 이야기도 생각해 보는등 문학작품을 제대로 즐기면서 배우게 되는것 같아요.
이러한 10년 동안의 끝없는 수업을 통해서 세익스피어 작품 가이드 책이 완성됩니다. 말 그대로 세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안내서로 래리 뉴턴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기 쉬워지고, 특히 주요 연극에서 어떤 부분이 명대사인지 표시해 놓은 것도 원래의 작품을 읽고 싶도록 만드네요.
범죄자라고 하면 편견을 가지기 쉬운데 저도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었어요. 더불어서 폭력과 엄격한 규율로 억압하는 것보다는 스스르 반성하면서 범죄에서 손을 떼도록 유화적인 방법을 쓰는 것도 큰 효과가 있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세익스피어가 낯설다면 동양의 고전부터 조금씩 공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