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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예전에 '냉정과 열정사이'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자 작가와 여자 작가가 각각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썼는데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하나의 이야기로 어떻게 합쳐지는지를 보면서 무척 신선하였네요.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현대 작가들에게 빠져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에쿠니 가오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이후 여러 책을 찾아봤었습니다.
한동안 일본 소설을 읽지 못했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은 2000년대 초반에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나왔었네요.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은 책을 감싸는 하드커버가 있고 표지도 예뻐서 책장에 꽂아놓기 좋네요.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였지만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습니다.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같이 살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도 하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는 일상 생활에 무리가 없지만 가벼운 정신병이 있으며 남자는 동성애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서로 결합할 수 없는 사이이지만 결혼이라는 틀에 얽매여있는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싶어하셨고, 두 사람은 육체적인 관계 없이 서로 하고 싶은대로 살기로 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네요.
결혼을 한 이후에도 여자는 알코올 중독 초기처럼 집에서 위스키나 여러 술을 마십니다. 남자는 의사로 병원에 일하러 나가면서 종종 남자 애인을 만나네요. 남자의 애인을 포함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면서 서로의 관계는 가까워집니다. 부모님들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지만 당사자들은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서로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의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제목이 역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때 특이하게 느꼈던 것이 문장의 호흡이 짧고 문체가 상당이 무미건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화의 문장이 짧게짧게 끊어지면서 긴 설명이 없어도 뭔가 여운이 남고, 자신의 일도 마치 제3자가 보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었네요. 저자의 소설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는데 친절하게 감정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도 좋네요.
오랜만에 저자의 책을 봤더니 과거에 읽었던 '냉정과 열정사이' 도 상세한 내용들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번역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소설처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