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열린책들 세계문학 295
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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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그림을 보면 현대인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잘 드러나 있는것 같습니다. 깜깜한 밤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홀로 불이 켜진 바(Bar)에서 술 한 잔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창문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오지만 침대에 앉아있는 사람에게서는 고독과 절망이 느껴지네요. 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빠르게 바뀌면서 사람들의 삶도 기존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필경사 바틀비' 는 최근에 여기저기에서 들어보았습니다.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스타벅스의 유래가 된 스타벅이 등장하는 '모비 딕' 이 있는데 필경사 바틀비는 어떤 내용인지 몰라서 궁금했습니다.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와서 읽어보았네요.


지금은 모든 것을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관리하지만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써야 했습니다. 미국의 경제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는 금융 기관 뿐만 아니라 업무 특성상 법률 사무소들도 많이 몰려있습니다. 법률 사무소 한 곳에서 일손이 부족해 문서를 옮겨적을 필경사를 채용하게 되었고 바틀비가 오면서 사건이 시작되네요.


바틀비는 처음에는 일을 무척 잘해서 만족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고용주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모두 당황스러워하네요. 나중에는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어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지만 결국 법률 사무소를 이사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였는데 마지막에 바틀비의 이전의 삶을 보니 일부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지만 만약 그 의견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래도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필경사 바틀비 소설은 길지 않은 편이어서 이 책에는 허먼 멜빌이 쓴 다른 단편 소설들도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 재미있게 본 소설이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 이었습니다. 제목이 좀 특이하기는 한데 한쪽에서는 클럽 등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하고 싶은대로 즐기는 총각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척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처녀들이 있습니다. 총각과 처녀로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과 농촌을 떠나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가난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대비되는것 같아 씁쓸하네요. 오늘날에는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것 같아요.


'모비 딕' 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네요. 특히 필경사 바틀비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특별한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바틀비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고민해 보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번역도 깔끔해서 책 재미있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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