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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학교에서 문학을 배울 때에는 저자의 대표적인 작품 및 줄거리, 의의를 그대로 외웠습니다. 시험만 치면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내용인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네요. 그러다가 방학때 도서관에 갔을때 익숙한 제목의 문학책이 있어서 몇 권 대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지만 무척 재미있어서 다 읽고는 다른 책들도 빌려서 읽었네요. 책을 읽으면서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알 것 같았네요.
문학은 읽는 사람이 자기 스타일대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되지만 문학 속에 숨은 내용을 알고 다시 읽으면 새롭게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전의 사계' 의 저자는 고전으로 여겨지는 세계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책을 읽지 않아도 프랑켄슈타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고 괴물의 이름은 책에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이미지로 이 창조물은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창조물은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으며, 프랑켄슈타인에게 논리적으로 말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여성 창조물을 만들어주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겠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이 약속을 어기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나네요. 내용을 알고나니 이제는 창조물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최근 필경사 바틀비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바틀비의 일은 법률 관련 문서들을 그대로 옮겨쓰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는 사람이 직접 하나하나 작성해야 했네요. 처음에는 성실히 일하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어르고 달래고 나중에는 경고도 하였지만 바틀비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사무실까지 옮겼지만 바틀비는 계속 그곳에 머물렀네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의 노동을 제공하고 댓가를 받아가는데 바틀비는 이를 거부하면서 체제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네요. 나중에는 음식도 거부할 정도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엔데믹 선언 이후 코로나19 이전과 다를바 없어서 언제 코로나19가 있었는지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카뮈의 '페스트' 는 이전에도 유명한 소설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네요. 전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저자는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인 알제리가 배경이지만 마치 유럽이 배경인 것처럼 식민지 사람들의 상황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외쳤던 프랑스도 세계 곳곳에 식민지로 건설하였으며 알제리는 1962년이 되어서야 독립할 수 있었네요. 작품 자체 외에 외적인 요소도 같이 고려하면 작품도 새롭게 보이네요.
작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가의 이전 책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기쁘네요. 이 책에 소개된 책 중에서 이전에 읽은 책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도 있는데 한번씩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