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현재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겨 언제든 볼 수 있네요. 하지만 과거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야 했습니다. 그림은 인류가 등장한 초기부터 있어왔는데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를 보면 마치 소가 지금이라도 벽을 뚫고 나올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후 문명이 탄생하고 그림을 그리는 기술도 발전하면서 역사화, 종교화, 초상화 등 많은 그림이 그려졌고 그중 일부는 현재까지 전해지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중에서 정물화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신성한 신이나 고귀한 왕, 귀족을 다룬 그림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그렸기 때문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의 장르로 인정을 받게 되었네요. '정물화 속 세계사' 는 정물화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상공업이 발전하면서 나라가 부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품위나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였네요. 부유해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림도 이러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사람들의 일상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어' 라는 물고기가 있었습니다. 청어는 원래 북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였는데 기후 변화로 네덜란드 앞바다로 내려왔고, 네덜란드는 청어를 잡아 가공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네요. 그러면서 청어를 손질하는 기술이나 청어 잡이에 특화된 배도 만들어졌습니다. 근대에 들어 재조명을 받은 화가 페르메이르도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를 살았는데 그가 그린 '델프트 풍경' 등을 보면 청어잡이 배를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생선이 국가의 흥망을 이끌었다니 신기하네요.


일본은 1980년~90년대에 경제가 초호황을 이루면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돈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청어로 돈을 번 네달란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돈이 넘차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사치품에도 아낌없이 돈을 썼고 투기가 만연하였네요. 투기의 대상 중 하나는 튤립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튤립하면 네덜란드가 떠오르는데 당시에도 무척 인기가 있었습니다. 희귀한 튤립은 훨씬 가격이 비쌌으며 바이러스에 걸려 두 가지 색을 갖게 된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가 대표적입니다. 한스 볼롱기에르가 그린 '꽃이 있는 정물화' 나 얀 판덴 헤케가 그린 '꽃다발' 에도 이 튤립이 등장합니다. 튤립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경제가 휘청거렸고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았네요. 이러한 상황을 보면 바니타스 정물화가 네덜란드에서 등장한 것도 필연적인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물화의 대상도 바뀌었네요. 과거의 식탁에 과일이나 생선, 화병이 있었다면 현대의 식탁에는 캠벨 수프 캔이 있습니다. 앤디 워홀은 캠벨 수프 캔을 그렸는데 이 수프는 미국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상업과 예술이 잘 매칭되지 않는데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현대 미술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에 부여된 의미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캔버스에 참치캔을 그려서 유명 미술관에 걸어놓은 것과 비슷할까요. 실제로 미술관에서 본다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합니다.


역사화나 종교화와는 달리 정물화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과거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입니다. 정물화를 통해 여러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