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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어릴 때에는 종종 편지를 썼습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부모님께 편지를 썼고 국군의날이 되면 군인 아저씨께 편지를 썼네요. 이렇게 학교에서 시켜서 쓴 편지 외에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단어 한 단어 고민하면서 정성스럽게 쓴 연애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웹사이트에서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과거처럼 예쁜 편지지를 고르거나 편지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편지지를 구기는 일도 없어졌네요. 이제는 지인들과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즉각 소통을 하면서 이메일은 거의 업무에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편지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는 소통 수단이었던 만큼 과거에는 무척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예술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에서는 오페라를 각색한 영화에서 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 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연애를 하다보면 잘 풀리지 않을때도 많은데 그럴때면 자신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느껴지네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은 서로 오랫동안 앙숙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집니다. 가문의 반대에서 벗어나 둘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줄리엣은 하루 동안 죽은 것처럼 있을 수 있는 약을 먹었고 편지로 로미오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편지가 로미오에게 전달되지 못해서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이 죽은줄 알고 자살을 하였고 깨어나 죽은 로미오를 본 줄리엣 역시 자살을 하였습니다. 편지만 전달되었다면 행복한 결말로 끝났을텐데 비극으로 끝나는 대신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인으로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었네요.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의 자살로 끝납니다. 이 소설의 비극적인 결말은 당시 우울했던 유럽의 분위기와도 맞물리면서 소설 속의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샤를로트가 약혼을 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이지만 샤를로트에게 쓴 베르테르의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이 묻어나네요. 결국 알베르에게 권총을 빌리는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를 본 샤를로트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급하게 베르테르를 찾아갔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영화 소개를 보니 섬세한 음악이 비극적인 사랑의 영상을 잘 감싸고 있다고 해서 영화도 한번 보고 싶네요.
일본의 도자기와 우키요에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예술 작품에도 등장하였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나 우키요에가 나올 뿐만 아니라 직접 우키요에 스타일로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푸치니의 '나비 부인' 은 미군 병사와 일본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복무를 하게된 핑커톤은 불장난처럼 초초상과 결혼을 하였고, 다시 본국으로 복귀하게 되자 혼자 떠났는데 초초상은 이제나 저제나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남편에게서 온 편지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초초상은 핑커톤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를 건네준 다음에 자살을 하였네요. 행복을 기대했던 초초상에게 이 편지는 마치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는것 같았을텐데 실제로 프랑스 병사와 게이샤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각색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더 가슴아프게 느껴집니다.
과거에는 편지를 쓰는 시간도, 상대방이 편지를 받게 되기까지의 시간도,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답장을 받기까지의 시간도 모두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설레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것이 예술에서 편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까요. 주요 오페라로 만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 읽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