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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 - 한국 최초 신문 연재 네컷만화로 100년 전 날것의 식민지 조선을 보다
전봉관.장우리 편저, 이서준.김병준 딥러닝 기술 개발 / 더숲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어릴때는 아침마다 집으로 신문 배달이 왔었는데 아버지가 출근하시면 신문을 이리저리 넘겨봤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는 별로 놀게 없었기도 했고 잘 이해는 못했지만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궁금하기도 하였네요. 그러다가 네컷 만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냥 만화라서 재미있어서 매일 신문이 기다려졌네요. 지금은 종이 신문 대신 인터넷에서 보는데 뉴스를 보는데 한때는 장도리라는 네 컷 만화를 매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말에 최초로 신문이 나왔으니 벌써 100여년이 넘었습니다. 종이로 되어 있으면 보관하거나 찾기 어려운데 디지털화가 되어 과거의 신문도 검색해서 볼 수 있어서 가끔 자료를 찾을때 도움이 되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멍텅구리' 로 1920년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네 컷 만화를 모은 책입니다. 10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당시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였네요.
이 만화의 주인공은 '최멍텅' 으로 부잣집 자제로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네 컷 만화에는 최멍텅과 윤바람, 그리고 신옥매가 등장하는데 일본에 병합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원래부터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나라라고 아는 아이들도 있었고, 현실에 순응해서 식민지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만화를 읽다보니 최멍텅도 이러한 현실에 적응한 것으로 보이네요.
과거를 기록한 책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네 컷 만화는 신문이 나오는 매일 연재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서 과거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기생이 있었는데 나중에 최멍텅과 결혼하게 되는 신옥매도 기생이었습니다. 반면 여성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순종적이고 수동적이었던 과거의 전형적인 여성상과는 달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신여성들이 나타났는데 빠르게 바뀌어가는 사회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과도기를 보는것 같네요.
식민지 시대에는 농사만 지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은행이 생겨나고 금융이 자리를 잡으면서 쌀을 기반으로 한 선물거래도 있었습니다. 선물거래는 미래에 특정 가격으로 상품을 인수하기로 한 계약인데 계약일의 가격에 따라 큰 이익을 낼 수도, 반대로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채만식의 '탁류' 에도 미두취인소에서의 쌀 거래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러한 선물거래로 인해 재산을 날리고 폐인이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네요. 그동안은 차를 마셨지만 커피가 들어오면서 카페가 생겨났고, 이러한 카페에는 모던 보이와 모덜 걸들이 넘쳐났습니다. 1920년대에 우리 사회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지배가 당연시되는 에피소드들도 나오면서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길게 설명하는 산문과는 달리 네 컷 만화는 기승전결 구조로 한 컷 한 컷이 의미를 지니면서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촌철살인의 말로 재미를 주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요소네요. 저자들은 AI 를 학습해 과거의 자료에서 네 컷 만화를 찾아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일반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을 실감나게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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